흔들리는 PK 민심 … 부산 동구청장 선거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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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나타났다. 서민들 어렵게 만든 정부와 한나라당에 실망이 크지만 민주당 등 야당도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박순태·41·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전셋값, 기름값 등 물가가 너무 올라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도 견제를 제대로 못한 책임이 없지 않다”(김명출·40·부산시 연제구 연산2동)


 부산 민심이 심상찮다. 수도권과 함께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PK(부산·경남)는 한나라당 텃밭이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무산·저축은행 부실·한진중공업 사태 등으로 여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 후보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입지를 부산·경남 출신인 안철수 서울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첫 시험대가 다음달 26일 치러지는 부산동구청장 재선거다. 무소속 박한재 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서 다시 선거를 치른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잇달아 4선을 한 곳이다. 그 위세에 밀려 민주당·민노당은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 후보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구청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민주당은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수도권발 안풍(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마련에 적극적이다.

 대진표는 확정됐다. 한나라당은 5일 정영석(60) 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을 공천했다. 행시 23회 출신으로 금정구·해운대구 부구청장, 부산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반면 야 4당은 민주당의 이해성(58)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내세웠다. 부산고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시험대가 아니라 구정을 책임지는 전문행정가를 뽑는 구청장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지역 17명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기준 한나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이 반 한나라당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동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했던 지역인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단일후보로 치러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대권 후보로 떠오른 문 이사장이 동구청장 선거과정에 지원을 나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반 한나라당 정서에 안풍까지 가세한다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나라당은 24일 ‘동구청장 재선거 필승 결의대회’를 연다. 야 4당은 조만간 공동선거대책위 및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꾸리기로 했다. 공식 선거운동은 다음달 13일부터다.

위성욱 기자

◆2010년 지방선거 결과=부산에서는 동구·기장군·연제구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중구 한 곳에서만 비(非)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한나라당의 결집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당시 동구에서는 무소속 박한재 후보가 55% 득표율로 44%를 득표한 한나라당 박삼석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한나라당 정의화 국회의원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선거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장군은 무소속 오규석 후보, 공천 파동이 심각했던 연제구는 무소속 이위준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 후보에게 이겼다. 경남에서는 18개 시·군 중 모두 6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 돼 한나라당 ‘텃밭’구도가 균열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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