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당분간 유럽발 홍역 … 금융위기급 충격 없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추석 연휴 동안 유럽 증시는 8~9% 하락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와 유럽 주요 은행의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추석 연휴를 끝내고 14일 개장한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3.5% 이상 하락해 1740대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한 달 만에 45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67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연·기금이 14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3% 넘게 하락했고, 현대차·포스코·현대중공업·LG화학·신한지주 등 업종 대표주를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예외 없이 내림세를 보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 이상 급등해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40선을 넘어섰다. 투자심리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의 신용 문제로 국내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당분간 몸살을 앓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충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은 국가 부채 과다의 문제이고 이것 때문에 국가 재정이 문제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채무 재조정을 해야 하는데도 채권자가 그 부담을 나눠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유럽 하나만의 문제라면 덜한데 불행하게 미국도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휘둘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강력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 기업의 실적이 좋더라도 외부 충격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내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지만 저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유럽 사태가 어떻게든 봉합될 것이란 것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그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지금 각국 정부의 대책이 늦은 감이 있다”며 “펀더멘털이 깨져가는 국면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증시가 계속 빠지지는 않을 테지만 9월 말까지는 대기돼 있는 유럽 이벤트가 많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결 국면을 보여야 증시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이탈리아의 긴축안 등이 발표됐다. 중국도 대책을 내놨지만 이탈리아 국채 만기 도래,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독일 지방선거 등 주요 이벤트가 이달 말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증시의 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남유럽 국가의 위기는 유로화를 쓴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과거에 디폴트 위기에 놓였던 국가를 보면 환율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 환율 폭락, 무역수지나 경상수지의 개선 등 자연 치유 과정을 거치는데 화폐를 공동으로 쓰다 보니 지난해 6월부터 유로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여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약한 흐름을 이어오다 충격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위험)가 커지다 보니 상당 기간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청산하면 된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랄 같은 금융회사는 돈을 돌게 하는 인프라다. 그러다 보니 자본이 깨지면 누군가가 그 자본을 확충해 줘야 한다. 김 팀장은 “유럽 금융사의 경우 정부에도 돈이 없으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