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양군벌 타도 앞장” … 장제스까지 끌어안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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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

중국이 대만과 국민당의 역사를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기 위한 ‘역사 공정’의 첫 단추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중화민국사(1911∼49년)』를 편찬하면서 공산당엔 눈엣가시 같았던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蔣介石·장개석) 전 대만 총통까지 중화민족 통합을 위해 끌어안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줬다.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신해혁명(1911년 10월 10일) 100주년을 앞두고 출판사 중화서국(書局)이 36권으로 구성된 중화민국사를 편찬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사서는 『중화민국사』 16권, 『중화민국사 대사기(大事記)』 12권, 『중화민국사 인물전』 8권으로 구성됐다. 『중화민국사』 편찬 작업에 참여한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왕자오광(汪朝光·왕조광) 부소장은 “1971년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 총리의 지시로 중화민국사 출판 작업이 시작됐다”며 “81년 『중화민국사』 제1권이 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따지면 31년 만에 완간했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말 중국 전시수도 충칭(重慶)에서 국·공 담판을 벌이던 중 기념 촬영한 장제스(蔣介石·앞줄 왼쪽)와 마오쩌둥(毛澤東·앞줄 오른쪽). 하지만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은 결렬돼 결국 제2차 국·공 내전으로 이어졌다. [김명호 제공]

 『중화민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장제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선 “장제스가 청년 시절 쑨원(孫文·손문)이 주도하는 혁명에 투신했다”고 기술했다. 삼민주의를 주창한 쑨원은 청 왕조를 무너뜨린 신해혁명의 지도자로서 공산당과 국민당으로부터 동시에 추앙받고 있다. 이 책은 또 “북양(北洋) 군벌을 타도한 북벌(北伐)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장제스의 북벌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북양 군벌은 청 왕조 멸망 이후 중국 북부 지역에서 실권을 휘둘러온 군벌 세력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은 1926∼28년 힘을 합쳐 북벌을 이끌어 이들을 몰아냈다.

 아울러 항일전쟁기간에 장제스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36년 12월 12일 장쉐량(張學良·장학량)이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장제스를 구금한 ‘시안사변’을 계기로 장제스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공산당과 손잡고 항일운동을 적극 추진했다.

 사회과학원 왕 부소장은 “평가받을 일은 제대로 평가했고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 내전을 일으키고 보수 반공주의 노선을 채택하는 등 비판받을 부분도 사실대로 기술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이 장제스와 국민당에 대해 포용적 자세를 보이는 배경은 대만에 대한 중국 공산당 정부의 정통성을 부각해 대만과의 통합을 위한 장기적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장제스 유적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역사공정(歷史工程)=중국이 ‘통일적 다민족국가’라는 논리를 내세워 중국 영토 안에 있는 다른 민족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정책. 이 논리에 따르면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전통이나 우리나라의 고조선 역사까지 모두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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