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열전] 유로 2000을 빛낼 스타 (1) - 루이스 피고

중앙일보

입력

포르투갈은 올 6월에 벌어질 유럽의 작은 월드컵 '유로 2000' 예선 라운드 7조에서 7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루마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 라운드 조별 예선에서 맞붙게 될 상대들은 이미 예선에서 맞붙은 바 있는 루마니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그리고 지난 대회 우승팀 전차군단 독일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들임이 분명하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들에 비해 다소 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포르투갈은 그들이 열렬히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삼총사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이 세 선수가 바로 루이스 피고, 루이 코스타, 후앙 핀토이다.

이들은 지난 91년과 93년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서 포르투갈을 잇따라 세계 정상에 올려 놓음으로써 포르투갈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포르투갈을 '94 미국월드컵과 '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데는 실패했지만, 지난 유럽 선수권 대회인 유로 96에서는 팀을 8강에 올려 놓으면서 다시금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이들은 현재 각각 바르셀로나, 피오렌티나, 벤피카에서 활약하며 팀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가운데 오늘 만나 볼 선수가 그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르투갈 최고의 스타 루이스 피고다.

본명은 'Luis Felipe Madeira Caeiro'이며, 1972년 11월 4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3-4-3 전술을 즐겨 사용하는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공격을 담당하고 있고, 반 할 감독과 이전 팀의 주장이었던 과르디올라 간의 불화 이후 주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게 된 사연은 좀 남다르다.

1995년 봄 당시 스포르팅 리스본 소속이며 이미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던 피고는 클럽을 방문한 파르마와 유벤투스 관계자들과 계약에 관해 협의하던 중 피고와 그의 에이전트 간에 의견이 엇갈린 탓에 각기 서로 다른 팀과 계약을 맺게 되고 이는 곧 이중 계약에 대한 소송 파문을 몰고 온다. 그 결과 중재에 나선 FIFA는 양측과의 계약이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향후 2년간 그의 이탈리아 클럽으로의 이적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이탈리아 클럽간의 고래싸움에 이득을 본 쪽이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현재의 몸값으로 추정되는 대략 2천만 파운드에 십분의 일에도 못미치는 150만 파운드에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게 된 피고는 이후 덴마크의 축구 영웅 마이클 라우드럽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꾸며 당시 감독이던 요한 크루이프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이런 과정에 대해 그는 "그건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내가 스포르팅 리스본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바르셀로나의 일원이 될 가능성은 전무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나는 결국 바르셀로나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애초에 그들로부터의 이적제의가 있었다면 눈딱감고 그들과 사인했을 것임은 분명하다."라며 현재의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반 할 감독체제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팀내 무수히 많은 유명선수들이 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대표인 아벨라르도, 세르기, 과르디올라 등과 함께 크루이프 시절로부터 붙박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몇 안되는 선수인 것은 물론, 이적 후 5시즌 동안 바르셀로나가 치른 총 190여회의 경기 중 170경기 이상을 출전하며 총 30골을 득점하고 있는 팀내 최고 수훈 선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개인기와 민첩한 방향전환, 그리고 그에 이은 정확한 센터링은 그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으며, 이전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이 중앙의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는 스트라이커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가 쏘아대는 날카롭고 강력한 슈팅 또한 낯설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는 현재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트레블'달성, 바로 작년 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달성한 그 위업을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얼마전 바르셀로나가 선수부족의 이유로 스페인 국왕컵 준결승 2차전 출전을 포기함으로써 불가능해졌다. 이제 팀의 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전념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또 한가지는 자국 포르투갈이 유로 2000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포워드진에 믿을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게 사실이지만, 쿠토, 호르헤 코스타 등이 버티고 있는 탄탄한 수비진과 피고, 루이 코스타, 세르지오 콘세이상 등의 든든한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멤버를 그들이 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그들의 꿈을 현실화할 최상의 멤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은 바로 피고인 것이다.

히바우도, 클루이베르트 등과 함께 세계 최강 클럽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자국 포르투갈의 그간 부진으로 상대적으로 절하된 평가를 받아 왔던 면이 없지 않은 루이스 피고.

하지만 그의 플레이를 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미 세계 최고의 축구를 경험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6월 12일부터 시작될 유로 2000 본선에서 그가 선사할 축구의 마술을 다함께 지켜보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