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 대처’가 절세 첫걸음, 세법 알면 3代 편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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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호 22면

정책에 눈을 떠라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정부 정책 가운데 조세정책만큼 우리 일상에 직접적이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조세정책이 바뀌게 되면 그에 따른 세금 효과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정책 발표 즉시 납세자들이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 토지초과이득세가 도입되자 많은 토지 소유자들은 가지고 있는 땅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유휴토지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주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건물을 올리게 된 것인데, 이는 결국 도시의 난개발을 불러왔다. 반면 최근 시행된 취득세 감면 조치는 정책당국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경우다. 내수 진작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세금 감면 결과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실현됐다.

김중래의 스마트 세(稅)테크

이렇듯 조세정책은 정부의 경제정책 중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정책목표 구현을 위해 자주 빼어들 수밖에 없는 카드인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는 세테크의 기본이다.

세금, 피하는 게 능사 아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과 세금”이라고 갈파했다.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면서 죽음만큼 피할 수 없고 두려운 것이 세금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현실에서 세금은 죽음과 달리 충분히 대비와 예측이 가능한데다 본인의 노력과 외부의 도움으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세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절세의 첫걸음이다. 절세는 관련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탈법 또는 편법에 의해 세금을 회피하는 탈세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세법을 알면 3대가 편하다. 과세의 기준인 세법을 이해하고 합법적으로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은 합리적 경제인의 기본 덕목이다. 현실적으로는 국세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금절약가이드’를 참고할 만하다.

고액자산가에게 세금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사업은 물론 부동산 취득, 보유, 양도 및 상속, 증여 등 모든 경제활동에 적지 않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을 잘 몰라 갑자기 부과된 무거운 세금에 속수무책일 수도 있고, 충분히 알고 대비했다면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금융권의 격전장으로 떠오른 PB 분야에서 세테크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 역시 부자들의 세금 고민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탈세, 무모한 악수(惡手)
주지하는 대로 탈세는 불법이며 부당한 행위다. 윤리를 떠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탈세는 비합리적일뿐더러 위험이 매우 큰 무모한 선택이다. 한때 은밀히 통용됐던 것처럼, 사실과 다른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고의적인 매출 누락 또는 종업원 수 허위신고로 비용을 공제받는 등의 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세시스템이 나날이 정교해지면서 탈세가 적발될 확률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탈세행위가 적발되면 무거운 가산세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조세범처벌법이 적용돼 사법 처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세법이 현실의 복잡한 경제현상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 가운데 이른바 ‘조세회피’가 있다. 세법상의 허점과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적극적으로 세금을 줄이고자 하는 것으로, 이따금 사회적 이슈로 비화되기도 한다. 해외자본의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론스타가 대표적 예다. 이 경우 당장 세금 얼마를 내지 않았다고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덕적 비난과 사회적 지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긴 안목으로 볼 때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없다.

혼자 다 하려 들지 말라
정치는 생물이다’는 비유는 세법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마찬가지로 세법 시시각각 새롭고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혼자 모든 것을 다 처리하려는 자세보다 실력을 갖춘 외부인사와의 협업이 보다 효율적이다. 지난달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적용기한을 3년 더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명칭대로 ‘임시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투자 활성화를 위해 몇 차례 연장돼 왔다. 2010년을 투자세액공제 적용의 마지막 해로 생각하고 이미 투자 의사결정을 했던 기업들은 투자전략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렇듯 과거 알고 있던 최고의 절세 테크닉이 지금은 최선이 아닐 수 있으며, 당장은 최선의 방법처럼 보이는 것이 당장 몇 개월 후 용도폐기될 지 모른다. 또한 어렵고 복잡하며 수시로 변하는 세법을 개인이 완벽히 이해하고 숙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가를 곁에 두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무턱대고 회계사나 세무사에게 모든 것을 위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액자산가일수록 재테크 수단 가운데 세금과 연관성이 높은 부동산 관련 세금, 상속세 재원에 대한 대비, 가업상속제도 등 상속세 절감 방안, 다양한 증여 규정, 최신 세무조사 사례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김중래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CPA)로 활동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지방세 법령해석 심의위원을 거쳐 현재 안진회계법인의 세무자문 담당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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