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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디어거인들 '케이블 싸움'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와 월트 디즈니가 치열한 ''케이블 전쟁'' 을 벌이고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망을 갖고 있는 타임워너는 1일부터 디즈니 계열사인 ABC방송 프로그램의 방영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로 인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7개 지역의 3백50만가구가 당분간 케이블을 통해서는 ABC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송출권 재계약 협상을 벌여왔으나 디즈니측의 채널 추가 및 송출권료 증액 요구를 타임워너측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디즈니측은 디즈니 채널을 유료 채널에서 기본 채널로 변경하고 드라마 방송 ''소프넷(SoapNet)'' 과 만화방송 ''툰디즈니(ToonDisney)'' 등 채널 2개를 추가하며 송출권료로 3억달러를 지불하도록 타임워너측에 요구해왔다.

협상이 결렬되자 타임워너는 ABC 방송의 송출을 중단하는 한편 ABC가 방영되던 케이블 채널에 "디즈니가 당신에게서 ABC를 빼앗아갔다" 는 메시지를 띄우며 디즈니의 무리한 요구를 비난하고 나섰다.

디즈니도 질세라 ABC의 지역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타임워너가 적어도 5월 24일까지는 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해놓고도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디즈니가 잘못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고 맞불을 놓았다.

디즈니는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합병해 더 힘을 얻게될 타임워너가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사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 고 비난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번 대립은 타임워너-AOL, 디즈니-ABC, 바이어콤-CBS 등 초대형 미디어간의 합병에서 비롯됐다며 콘텐츠와 배급망을 함께 갖고있는 데서 빚어지는 피할 수 없는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분쟁은 단순하게 송출권료 때문에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을 견제하고 장기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디즈니의 의도와 이에 밀리지 않으려는 타임워너간의 세력 대결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디즈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청률 조사를 앞두고 인기 절정의 프로그램인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 와 ''아라비안 나이트'' 가 줄줄이 불방되면 결국 시청률 저하라는 불이익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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