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광장

문화의 관문으로 거듭난 서울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서울역은 1981년 무형의 역사적 장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284호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4년 KTX 개통으로 수도 서울의 관문 역할을 내준 이후에는 방치되면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적잖이 퇴색됐다. 이런 서울역의 옛 모습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한 달여 전 개관한 ‘문화역서울 284’다. 벌써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화역서울 284는 문화재 복원과 문화 공간의 동거다.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과 변화라는 상반된 지향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근대 건축물이라는 공간적 상징성과 가치에 더해 철도라는 어마어마한 선(線)적 매트릭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옛 서울역의 독자적인 복원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철도를 통해 전국을 하나로 잇는 네트워크의 전초기지로도 손색이 없다. 문화라는 콘텐트를 담은 첫 번째 문화역으로서 전국 각지의 새로운 문화역을 연결해 지역문화는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 구심점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문화역서울 284는 지형적으로도 통일 후 유라시아 철로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으로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역문화를 살리면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네트워크, 즉 글로벌 허브라고 할 수 있다.

 문화역서울 284는 본격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진 근대 건축물 복원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면서도 근대건축유산 복원의 모범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문화유산으로서의 공공성을 확고히 부여하는 한편 많은 관심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역서울 284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통의 관문에서 문화의 관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