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창업일기] PC방 운영 황지형 사장

중앙일보

입력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자인 황지형씨(35)는 올해 '장애인의 날(지난달 20일)' 을 맞는 감회가 여느 해와 달랐다.

장애인에 대한 온갖 사회적 편견.차별을 이겨내고 지난해 11월 서울 청담동에 창업한 PC방 '미러클 인터넷 프라자' 가 본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황씨는 1995년 부모의 도움으로 경기도 분당에 레코드 가게를 차렸으나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를 맞아 3년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이 때부터 반년동안 인터넷.PC통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자신이 생긴 황씨는 지난해 하반기 PC방 붐이 확산되자 창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자금이 모자라는 게 문제였다. 레코드 가게를 정리하고 남은 돈이 3천만원. 여기에 가족들이 1억4천만원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강남 주택가에 가게를 내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이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신용보증기금을 찾은 황씨는 장애인답지 않게 의욕 넘치는 태도로 담당 직원을 감복시켰다.

그래서 낮은 이자율(7.5%)로 대출 보증을 받은 것이 3천만원. 돈을 마련한 황씨는 근처에 2~3개 중.고교가 몰려 있는 아파트촌 내 상가에 50평짜리 PC방을 냈다.

처음 PC방을 열었을 때 인근 경쟁 업주들은 갑자기 시간당 이용 요금을 내리는 등 황씨를 견제했다.

황씨는 가격 대신 뭔가 차별화한 서비스로 손님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둘러 홈페이지 작성법을 배운 황씨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실내를 현란한 우주선 모양의 장식으로 꾸며 신세대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고객이 20시간 이용할 때마다 1시간씩 무료 이용권을 선물해 단골 손님으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같은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황씨의 PC방은 최근 월 평균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자리를 잡았다.

황씨는 "무엇보다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감격스럽다" 며 "출퇴근할 때 여전히 가족의 부축을 받아야하는 게 미안하지만 자신감이 생긴다" 라고 말했다.

학창(삼육재활원)시절 익힌 글솜씨로 시집을 3권이나 낸 작가이기도 한 황씨는 "앞으로 시도 계속 쓰고 마음에 맞는 여성을 만나 결혼도 해야겠다" 며 활짝 웃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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