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문경 학살 국가에 배상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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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면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피해에 대해 통상적인 시효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일 한국전쟁 발발 직전 국군에 의해 자행된 ‘문경학살사건’ 피해자 유족 채모(73)씨 등 4명이 모두 10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이 있었던 2007년 6월 26일까지는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시효가 소멸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게을리한 국가가 뒤늦게 원고들이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며 시효 완성을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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