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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대형차’는 옛말 … 중·소형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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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BMW 520d에는 4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돼 배기량은 적어도 힘은 세다. 가격은 6150만원.

올해 8월 출시된 닛산큐브의 가격은 2190만원(1.8S), 2490만원(1.8SL)으로 국산 차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수입차 시장에서 2000㏄ 미만 중·저배기량 차량이 대세로 굳어졌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8월 새로 등록한 외제차 중에 2000㏄ 미만이 3561대(39.1%)로 1위를 기록했다. 1월부터 8개월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새로 등록된 2000cc 미만 차량은 지난해 대비 60% 가까이 늘었다. 반면 2000~3000cc급은 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대비 등록된 차량 수도 9% 줄어들었다. 이 체급 차량에는 과거 BMW 528(2996cc)과 도요타 캠리(2494cc) 등 각 브랜드 대표 차종이 다수 포진해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았었다.

 왜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3000㏄급 대형차가 대세인 과거와 비교해 외제차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변영호 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제차의 주소비층이 중장년의 남성에게서 여성이나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닛산의 박스카 큐브가 그 예다. 큐브는 8월 한 달에만 416대 팔렸다. 예약 대기 중인 차량 수만도 1500대가 넘는다. 닛산은 이런 ‘큐브 효과’ 덕에 외제차 브랜드 중 국내 점유율 5위(8월)로 올라섰다. 닛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큐브를 산 10명 중 8명이 20~30대였다. 닛산 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중장년층의 경우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차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젊은 층의 경우 크기보다 개성과 실용성을 먼저 따져 차를 고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 출시된 2000㏄ 미만 중·저배기량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차종은 BMW 520d다. 배기량은 적지만 탑재한 2.0L급(1995cc) 디젤 엔진 덕에 힘이 좋다. 작지만 강한 ‘강소차’라는 매력 덕에 올 들어 4028대가 팔렸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 이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는 국내 수입된 차종의 경우 1.6L 가솔린 엔진을 쓴다. 역시 1.6L 디젤 엔진인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제타는 18~22㎞/L에 이르는 고연비와 실용성을 내세워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2000㏄ 미만 수입차 점유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입차 브랜드별로 주력 상품으로 강소차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조만간 준준형 세단인 2012년형 올-뉴 포커스를 출시한다. 한국도요타는 준준형급 모델인 코롤라(1798㏄)를, 벤츠는 신형 C클래스(1796㏄)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차 라인업에 강한 브랜드도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푸조는 시트로앵 브랜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 브랜드를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 들여올 예정이다. 주양예 BMW코리아 이사는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있는 층은 최상위 계층이 아닌, 생애 첫 차를 사는 젊은 세대가 주축으로 이들에 맞춰 개성 있고 작은 차를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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