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열광하는 ‘i 대통령’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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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사진) 대통령과 참모들을 위해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백악관 공식 e-메일 계정과 연결하는 시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7월 6일 백악관에서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위한 트위터 대화를 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사의 노트북컴퓨터인 맥북 프로(MacBook Pro)를 사용했다. 물론 애플사의 로고는 대통령 문장으로 가려진 채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제품인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열광하는 ‘i(아이)’ 대통령이라고 미국의 정치 전문잡지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의 애플과 잡스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그의 지지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구식 컴퓨터로 묘사하고, 오바마 후보를 참신한 맥(Mac) 컴퓨터에 비유하는 광고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당시 75초짜리 광고물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빗대 “왜 2008년이 1984년과 다른지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젊은 오바마’ 바람몰이에 한몫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후보 경선 당시의 이런 이미지 전략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전직 백악관 고위 관료는 “맥 컴퓨터가 대통령을 여전히 희망을 앞세운 젊은 이미지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사의 성공신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협하고 있는 경제난과 맞물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백악관 참모들은 믿고 있다. 올 2분기 애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한 73억 달러(약 7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09년 9월에서 2010년 9월까지 1년간 1만2000개의 고용을 창출했다.

 뉴욕대에서 브랜드 전략을 강의하는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오바마가 재선 고지에 도달하려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을 강조해야 한다”며 “혁신과 동의어로 불리는 애플의 성공은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오바마의 애플 사랑에 대해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쟁자인 존 헌츠먼 전 중국대사 등은 애플 제품의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것과 관련해 “지금 미국에 필요한 건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들”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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