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금강산 관광 北만경봉호 출항 장면보니…억지 동원 주민에 진흙탕 부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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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함경북도 나진선봉항(나선항)에서는 나선·금강산 시범관광을 위한 출항식이 열렸다. 이 관광에 동원된 배는 재일교포 북송과 대남공작선으로 사용됐던 만경봉호였다. 미국·러시아·유럽·중국·일본 등의 투자기업, 관광회사 관계자들과 외신기자들이 동승했다. 당시 외신이 전한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제법 몰렸고 축포도 터지는 등 행사가 꽤 화려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화려하게 치장된 기존 외신사진과는 달리 북한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수백 명의 관광객을 태울 유람선이 정박할 나선항은 허허벌판에 진흙 천지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부두 곳곳은 콘크리트가 무너져 흉물스런 폐허 같은 모습이다.

[사진=중국 주진조선]

북한에는 두 척의 만경봉호가 있는데 이 중 큰 배가 '만경봉 92호'로, 이번에 유람선으로 변신한 것이 바로 이 배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북한 미녀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항에 들어온 배다. 9700t급으로 수용인원은 350여 명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 유람선이 정박할 나선항은 주변에 관광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본 편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금강산 관광단을 태우고 출발하는 만경봉호를 환영하기 위해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가관이다. 무표정으로 꽃과 인공기를 흔들고 있다. 귀찮은데 이런 일에 동원됐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쪼그려 앉아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만경봉호 출항 행사에 앞서 급하게 주변 땅을 고르고 정비하는데 동원된 인부들은 담배를 피우며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만경봉호의 관광 출항식은 감동적이지도, 놀랍지도 않은 것이었다.

[사진=중국 주진조선]

만경봉호의 내부 사진도 공개됐다. 김일성 대형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무도회장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일본 관광객을 의식한 듯 일본 브랜드 상품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내부 침실은 여느 유람선 못지 않게 침대 위 이불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TV가 따로 마련돼 있고 별도의 방이 나눠진 스위트룸급 객실도 있다.

만경봉호는 과거 재일동포 북송사업을 벌였으나 1984년부터는 북송사업을 중단하고 일본 수출입 화물선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2006년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일본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졸지에 할 일이 없어지게 됐다. 이후 북한은 배를 놀리느니, 금강산 관광 유람선으로 용도를 변신시킨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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