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시대착오적 행위 나라 위기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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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재벌들의 시대착오적인 행동이 바로 나라가 위기에 이르는 병의 일단이 됐으며 정부는 국민의권익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또 "비서실이든 구조조정본부이든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기능은 배격되어야만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며 정부의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전국경제인 연합회가 30대 그룹 지정제도의 폐지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간여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선데 대해 이를 일축하는 한편 느슨해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재벌들의 구조조정의지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근래 재벌들은 '우리도 지난 2년동안 할만큼 했으니까 이제는 풀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기업,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시대적인 조류를 앞장서서 수용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의 각 회사마다 주주가 다르고 주주총회에서 선임해 경영책임을 맡긴 대표이사도 각기 다른데 회사이름의 처음 두 글자가 같다고 해서 인사나 자금운용이 한 묶음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주식회사도, 자본주의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러한 시대 착오적인 행동이 바로 나라가 위기에 이르는 병의 일단이 되었으며, 정부는 국민의 권익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서실이든 기조실이든 구조조정 본부이든 명칭에 관계없이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기능은 배격돼야만 기업과 나라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와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나 노조원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노조간부들께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냉철하게 분석해 차후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과단성있게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빠른 시일내에 국제무한 경쟁의 여건에 적응해 한국의 기업과 금융회사는 이제 구조조정이 끝났다는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장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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