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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 각국 개혁의지 약화"

중앙일보

입력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은 향후 2년 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나 점차 경제구조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6일 지적했다.

ADB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발표한 연례보고서 `아시아 개발 2000'에서 "아시아각국의 경제성장은 매우 낙관적"이라면서 " 올해와 내년에 평균 4.6%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DB는 그러나 "구조조정 자금을 제공한 국제 금융기관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아시아 각국의 기업과 금융부문 개혁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회복되고 외국인 투자가 늘었지만 개혁의지는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아시아 각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자기만족"이라면서 "단기적인 경제회복에 안주해 각국이 개혁을 지체시키고 있고 대기업, 노조, 정치인들은 오히려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아시아 경제의 미래는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행되는가에 달려있다"면서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부실채권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ADB는 국가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7.5%와 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빠른 경제회복과 유동성 증가로 인해 지난해0.8%에 머문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에는 3.2%까지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엔고와 아시아 경제회복으로 한국의 수출이 10% 증가했으나 수입은 국내소비 증가로 29%나 늘어나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DB는 중국의 경우, 자본과 금융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았으며 "지난해의 7.1%에 이어 올해에도 6.8%라는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동남아시아 각국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돼 현재 중국은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동남아 국가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 오히려 대 동남아 수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ADB는 분석했다.

아울러 ADB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올해 각각 4.5%, 6.0%, 4.0%의 GDP 성장률을 기록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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