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순이익, 삼성그룹 넘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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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그룹이 삼성그룹보다 순이익을 더 많이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순이익이 삼성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몽구(73)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2000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할해 나왔다.

 4일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 속한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업·12월 결산 법인)의 올해 1~6월 순이익 규모는 모두 9조167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4357억원보다 42.5%(2조7321억원) 늘었다. 반면 삼성 상장사의 순이익은 8조1035억원으로 지난해 10조2066억원보다 20.6%(2조1035억원) 줄었다. 현대차가 삼성보다 1조643억원의 순이익을 더 올린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삼성이 8조9178억원으로 여전히 현대차(8조6989억원)보다 앞섰다. 두 그룹의 영업이익 차이는 지난해 5조1479억원에서 올해 218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삼성과 현대차의 희비가 엇갈린 건 정보기술(IT) 분야와 자동차 분야의 업황이 대조적이었던 까닭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LCD 부문은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반도체 D램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칠 만큼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6월 2.69달러에 달하던 D램 제품 가격은 지난달 25일 사상 최저 수준인 0.52달러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가 늘면서 일반 PC 수요가 급감한 데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에 먹구름이 끼면서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이러다 보니 수출은 늘어도 제품 단가가 낮아 실적이 좋아지지 않았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PC 생산 1위 기업인 HP는 PC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고, 2위 기업인 델도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며 “워낙 전자업계가 고전 중이다 보니 삼성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는 IT업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현대차그룹은 준중형 모델인 아반떼가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쏘나타·K5 등 중형차 모델도 선전했다. 수출 시장에서의 성공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이에 따라 수출 단가도 높아졌다. 도요타 등 경쟁업체가 일본 대지진으로 고전한 것도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IT 업계의 상황이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삼성의 고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처장은 “자동차 산업은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IT 산업은 ‘좋은 시기’가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제품 단가도 IT는 갈수록 떨어지지만 자동차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재편으로 생산 단가가 다시 높아지고, 삼성전자가 애플·구글과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면 얼마든지 순이익 순위는 바뀔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6조919억원으로 현대차그룹과 비슷했던 LG그룹은 올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1.4% 줄어든 2조3518억원으로 나타났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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