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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 생각해 안 교수 줄곧 관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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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안철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교수는 정말 10·26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할 것인가. 지난주 정치권은 이 문제로 온통 시끄러웠다. 도대체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안 교수는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것일까. 그 배경이 뭘까. 이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윤여준(72)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는 안 교수와 ‘시골 의사’ 박경철씨가 벌여온 ‘청춘 콘서트’의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의원은 정치권에선 ‘브레인’으로 통한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도와 ‘창(昌)의 장자방’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회창은 대선에선 패배했다. 윤 전 의원은 2000년 총선 때는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 한나라당 계파 수장과 중진들을 물갈이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나라당은 이 아이디어를 받아 총선에서 이겼다.

표심과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선거 전략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2007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캠프에서 모두 러브 콜을 받았다고 한다.

윤 전 의원은 3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안 교수는 출마 쪽이 90%이고 출마하면 승산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교수의 시장 출마는 사전에 기획된 일이 아니다. (나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안 교수를 관찰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 교수가 시장 출마를 결심하면 뭘 내걸고 어떻게 치고 나갈지 실무자들에게 준비를 시켰고 나도 골똘하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철수 교수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
“올해 이른 봄에 우연히 만났다. 얘기하다 서로 깜짝 놀랐다. 한국 정치가 가망이 없다는 문제 의식이 똑같아서다. 대한민국은 지금 총체적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지금 정치로는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정치를 바꾸려면 기존 정치권에 충격을 줘 정치가 바뀌도록 국민이 압박해야 한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에너지를 어디서 끌어낼지 고민했다. 안 교수와 박경철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두 사람은 3년째 지방대학을 돌며 절망감에 빠져 있는 대학생들과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

-두 사람이 정치를 염두에 둔 행사였나.
“그런 것은 아니고 절망하고 자살하는 대학생들을 보는 게 가슴 아파서 위로하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무엇이 자신들을 절망적 상황으로 내모는 것인지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대학생이라면 주권자고 유권자 아닌가. 내가 두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넘어서야 한다고 설득했다. 내가 평화재단에 있으니(평화교육원장) 기획·장소 선정·섭외 등의 실무 준비를 도울 수 있어서 청춘 콘서트(청콘)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부터 안 교수의 정치적 가능성을 시험한 것이었나.
“그럴 생각은 없었다. 두 사람을 잘 알지도 못했다. 다만 두 사람의 강연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데 그것만으론 기성 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고 봤다. 문제 의식을 심어 주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콘’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첫 번째 청콘이 5월 22일 경희대에서 있었는데 5000명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인터넷으로만 광고하고 신청자들을 입장시킨 건데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컴퓨터가 다운됐다. 막상 현장에선 몇 시간 전부터 장사진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라고 크게 놀랐다. 이게 어디서 온 현상인지 따져 보니 안철수의 공적인 헌신성이 그 뿌리였
다.”

-그게 무슨 뜻인가.
“안 교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떼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돈을 안 받고 7년간 무료로 공급했다. 한국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젊은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감동을 느꼈다. 과거 정치인들의 거품 같은 인기가 아니다. 인간의 헌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같이 운동을 해보자’고 요청했다. 청콘이 끝나면 한 단계 더 진전된 정치색 짙은 운동체를 만들 계획이었다. 어차피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다. 과거식으로 선거하면 나라꼴이 엉망 된다. 정치를 바꾸는 운동체가 필요하고, 총선이 내년 4월이니 연내엔 출범해야한다.”

-정당 조직을 만들려는 것인가.
“꼭 정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지만 배제한 것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운동에 쏠리는 국민적 호응이 크면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총선에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면 정당이란 그릇은 필요하다. 정치를 바꾸려면 제도권 밖에서 운동을 통해 바꿀 수 있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바꾸는 게 효과적이다. 투 트랙이다. 국민 운동은 그대로 하면서 정당을 만들어 현실 정치에 참여시키자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반응은 어땠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할 수 있느냐 여부를 생각해 봐야 하고,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도 생각해야 합니다.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라며 웃더라.”

-누가 참여하나.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40대가 주축이고 30대와 50대도 일부 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나.
“방대한 조직과 자금이 들어가는 옛날식 정당은 필요 없다. 많으면 50명, 작으면 30명이면 충분하다. 국민에게 어떤 어젠다와 메시지를 던지느냐는 게 더 중요하다. 소수의 괜찮은 사람만 모아서 기동성 있고 깊이 있게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네티즌과 끊임없이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에너지를 만들겠다.”

-참가자가 모두 총선에 출마하나.
“다 출마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하겠다면 정치 나가라고 하고 우리는 운동하고, 그럴 생각이다.”

-대선 후보로 안 교수를 염두에 둔 건가.
“관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어떻게 보면 정치적 소질이 있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전혀 없어 보이고 그랬다. 본인은 지금까지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안 교수가 시장에 출마하면 누가 대안인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안철수만이 한국 사회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운동이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인물을 모셔서 국가지도자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장 얘기가 나왔나.
“누군가 ‘안 교수가 시장직 출마를 고민 중’이란 얘기를 했는데 삽시간에 인터넷에서 폭발적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전혀 기획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출마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90%는 출마 쪽이다. 근거가 두 가지다. 우선 박경철 원장에게 물어봤더니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안 교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박 원장이다. 또 하나는 안 교수의 성격이다. 안 교수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느냐의 여부, 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의미가 없다거나 잘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오래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래 고민한다는 얘기 자체가 마음이 거기에 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90%가 중요하지만 10%도 중요하다. 안 교수는 굉장히 신중하다. 의사 출신이라서 자기공영영상촬영(MRI) 찍어 보고, 컴퓨터단층촬영(CT) 찍어보고, X 선 찍어 보고, 혈액 검사하고 대소변 검사한 뒤라야 판정한다.”

-10% 걸림돌이 뭔가.
“내 짐작으론 주변 설득이다. 가족과 친지의 동의가 중요하다. 안 교수 부인의 인터뷰를 보니 부인이 사생결단하고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더라. 안 교수가 부산 사람이다. 김해에서 청콘 할 때 안 교수의 부모를 만났는데 반대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안 교수가 출마하면 선거 준비는 누가 하나.
“안 교수 주변에 이런 분야에 경험 있는 사람이 없다. 선거에 관한 모든 준비는 내가 책임지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기존의 정당 같은 조직과 자금이 없다. 그래서 한다면 SNS를 활용하는 등 선거운동 조직이나 방식을 혁명적으로 완전히 바꿀 생각이다.”

-최소한의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안 교수와 박 원장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방대하다. 자기 분야에서 평판 있는 비슷한 또래의 인맥이 많다.”

-누구인가.
“아직은 밝힐 단계 아니다.”

-김종인 전 장관이 안 교수의 멘토라는데.
“김 전 장관에 대한 안 교수나 박 원장의 존경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정신적 멘토라고 하기까지엔 두 분이 만난 기간이 너무 짧다. 김 전 장관이 청콘에 게스트로 나왔다.”

-안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주민 투표에 비판적이었다.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인가.
“정책이 아니라 방식에 대해 비판적이다. 무상급식은 1~3 학년이 이미 하고 있다. 4~6학년 확대를 내년에 할 것이냐 단계적으로 할 것이냐의 방법상의 차이다. 무상급식하는 데 동의하고 방법을 묻는 게 주민투표 대상이 되나. 많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납득 안 되는 것을 갖고 주민투표를 거니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진보인가 보수인가. 정확한 지향점이 뭔가.
“그런 관점으로 사람을 나누는 게 우스운 일이다. 안보엔 생각이 보수적인데 경제와 사회에선 굉장히 진보적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게 보수냐 진보냐. 나는 균형과 합리로 나눈다. 내가 그랬더니 안 교수는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눈다고 하더라. 무엇이 대한민국에 가장 적합하고 바람직한 정책이냐를 따져야지 그런 정책을 진보가 내든 보수가 내든 무슨 상관인가.”

-한나라당 의원 출신이면서 제3의 대안을 찾는 이유는.
“한국 정치에 대한 절망이다. 대한민국의 거시적 지표는 아직 멀쩡하다. 하지만 진단을 정밀하게 하면 심각한 병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외침이 아니다. 내부 모순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체제가 폭발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잘해 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원내 과반수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스스로 봉숭아 학당, 동물농장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정당에 우리와 자식의 미래를 맡기란 말인가.”

-기존 정당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뭔가.
“얼마 전 특임장관실이 한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꼴찌가 국회다. 국회와 경찰이 2.9%를 받았다. 꼴찌에서 둘째가 청와대인데 3.3%다. 국민 100명 중 3명만이 믿는다는 얘기다. 국민이 자기 손으로 뽑은 두 개의 국민 대표기관을 이 정도로 불신하면 심판이 끝났다는 얘기 아닌가. 제도 때문에 정권이 안 바뀌는 것뿐이다. 국민 대표를 국민이 완전하게 불신하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나.”

-여야에 인기 높은 유력 주자가 많지 않나.
“기존 정치인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자기들이 입증한 것 아닌가. 국민이 그 때문에 절망하고 있지 않나. 지금으로선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 1위지만 철옹성이라고 보지 않는다. 고정 지지층 외의 지지자는 다른 이유가 생기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은 15~18%다. 굉장히 높지만 그 수치만으론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붙이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미지수다.”

-박 대표 당시 당에서 선거대책 부본부장 아니었나. 박 전 대표를 통해 바꾸면 되지 않나.
“내가 어찌 감히 박근혜 전 대표를 바꾸나. 된다고 생각하나.”

-안 교수가 제2의 박찬종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과거라면 무소속으로 당선된 예가 없다. 하지만 정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엔 한쪽에 집권당이란, 권력을 가진 거대한 세력이 있고 반대 쪽엔 확고한 지역기반이 있는 양김의 블랙홀이 있었다. 지금은 제 3의 공간이 많이 열려 있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외에 어떤 대안이 있었나.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 게다가 거대 정당 조직이 밖에 보이는 것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또 안 교수 인기가 단순한 거품이 아니다. 국민의 변화 욕구와 갈망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하다. 안철수란 사람을 자기들이 지향하는 변화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연령 분포는 20~40대가 60%를 넘는다.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기만 하면 끝인데, 나오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 종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면 승산은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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