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보다 한 발 뒤에 서고 … 성인 되면 홀로 설 기회 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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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06면

‘어른아이’는 왜 양산되는 걸까. 무엇보다 부모 책임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전에 부모가 앞서서 다 해주니 아이들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나미 박사는 “학습 스케줄 작성은 물론 진로 결정까지 부모가 다 해주다 보니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질 못한다”며 “스스로 해본 일이 없는 탓에 책임감과 의무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권석만(임상심리학과) 교수는 “자식에 대한 과도한 욕심 때문에 항상 품안에 넣어 두고자 하는 부모의 행동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어른아이’ 치유 방법은

사회적으로 점점 심화되는 경쟁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사회적으로 경쟁압박이 심하다 보니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자기 내부로 후퇴하게 된다”며 “일본의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자립심을 키우는 교육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이나미 박사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부모는 아이들보다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녀들에게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른이 되고 어른들의 생활은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보람 있는 생활이라는 긍정적인 어른상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성인이 된 어른아이에 대해서는 “홀로서기의 기회를 주라”는 조언이 많다. 인천나누리병원 김혜남 박사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며 “자녀가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실천해서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의 전덕인 교수는 “부모나 가족이 답답하니까 당사자에게 화를 낼 경우 사이가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잦다”며 “출발선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태가 심각한 경우 지속적인 전문가 상담도 병행해야 한다.

김호기 교수는 제도적이고 의식적인 처방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경쟁에 대해 공포를 갖게 되는 것은 한 번 탈락되면 끝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패자부활전이라는 게 있듯이 한두 번 실패해도 원만하게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가 더불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회 공동체로서의 문화와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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