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50승 달성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 드디어 메이저리그 50승 달성!!

야구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메이저리거로 뛰는 모습을 한번쯤 상상해 본다. 투수라면 선발로 나가 '무시무시한' 빅리거들을 상대로 시원스럽게 삼진을 잡는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아니 선발이 아니라도 좋으니, 승리를 하지 못해도 좋으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한번 서 보는 게 최대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상상으로 끝난다. 그 만큼 메이저리그 무대는 범인의 접근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 '오지(?)'이기 때문이다.

빅 리거가 되려면 표면적으로 <루키리그-싱글a-더블a-트리플a> 등 4단계의 마이너리그생활을 거쳐야 한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이 단계를 무시하고 바로 빅리그 무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100여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리 흔치 않는 일이다. 대부분은 이 과정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생활자체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 사회적인 위상과 대우, 모든 것에서 비교가 안된다.

이것이 운동신경이 발달한 미국선수들이 마이너리그제도가 없다시피한 농구나 미식축구로 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만큼 마이너리그생활은 지루하고도 힘든 과정이라는 말이다.

박찬호는 94년 다저스와 입단계약을 한 뒤 바로 빅리그로 진입하는 영광을 안았다. 1965년 미국프로야구에 신인 드래프트제도가 생긴 이래 메이저리그 직행을 한 17번째 선수였다.

다저스팀내에서는 전설적인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혼쭐이 나고 17일만에 마이너리그로 쫓겨났다.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 지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좋은 예이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박찬호는 1달러짜리 햄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채우며 최대의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박찬호가 50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시기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다음해인 95에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그는 드디어 96년 시커고 컵스전에서 감격적인 첫승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올린 최초의 승리였다. 그리고 그해 5승을 올렸다.

97년 14승을 올리면서 처음 10승대 투수반열에 들어선 박은 다음해인 98년에 15승을 올리며 20승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그리고 지난해의 13승까지 내리 3년동안 꾸준히 13승이상을 기록하는 정상급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달 23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전에서 승리를 올려 시즌 3승과 함께 드디어 50승고지에 도달했다. 94년 한양대 2학년을 중퇴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지 햇수로 7년, 1996년 4월 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의 첫승리부터 만 4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이룩한 금자탑이다.

처음 박찬호의 미국진출이 확정될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그가 얼마 못버티고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웃었다. 그리고 94년, 95년 연속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자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멋지게 해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메이저리그에서의 승리는 물론 통산 50승을 박찬호는 만4년만에 이룩해 냈다. 한국인 최초이고 일본의 노모(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현재 통산62승)에 이어 동양인으로는 2번째로 50승고지를 밟았다.

이번 개가는 팀 관계자들의 도움을 통한 기량성장이 표면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면에는 이국 땅에서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박찬호 자신의 진취적 기상과 한국인으로서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기와 도전정신-그것이 박찬호의 오늘을 만든 것이다.

박찬호가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국민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그가 던지는 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

그는 불우이웃과 청소년들을 특히 사랑하는 인격적으로도 최고의 선수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좋은 스승이 되고 있다. 특히 이국 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교민들에게는 '설움을 갚아주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그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5시간넘게 자동차를 운전해 경기장에 오는 교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그는 움직이는 거대한 재벌의 그것과 비견된다

이제 박찬호에게 남은 것은 통산 100승선점, 그리고 시즌 20승투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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