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출판사 e-북 인세논란

중앙일보

입력

본격적인 전자책(e-북) 시대를 눈앞에 둔 국내 출판계가 저작권법상 ''2차 저작권'' (원 저작물을 다른 방법으로 재창작할 경우의 저작권)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저자와 출판사 사이의 e-북 인세에 대한 입장차가 커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의 경우 저자 인세가 10%를 넘지 않는 것이 관례. 그러나 e-북은 아직 일반화한 기준이 없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경우도 아직 e-북 출간이 본격화하지 않아 외국 기준을 준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들은 e-북 인세를 판매가의 40% 정도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출판사들은 20%를 내세우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국내 최초로 e-북의 테스트 서비스를 시작하는 에버북닷컴(www.everbook.com)은 국내 저자들에게 20%의 인세를 제시하고 있다.

에버북닷컴은 민음사.중앙M&B 등 대형 출판사와 저작권 대행사 등 8개사의 컨소시엄으로 운영되는 사이트. 일단 소속 출판사들이 펴낸 책들을 대상으로 6월초부터는 본격적인 e-북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식 협상을 앞두고 작가들이 높은 인세를 요구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소설가 이문열씨. 이씨는 대부분의 작품을 민음사에서 출간해왔다.민음사는 당연히 李씨의 e-북도 에버북닷컴에서 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李씨는 "적어도 40%의 인세" 를 주장하면서 "종이책을 민음사에서 주로 내왔지만 e-북까지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는 입장이다. e-북의 판매가는 종이책의 4분의 1 정도로 책정될 예정이므로 작가에게 종이책과 같은 정도의 수입을 보장하려면 인세를 네배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李씨는 다른 e-북 사이트에서 50% 이상의 인세를 제의받고 계약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6월 1일 유료 서비스에 들어가는 김영닷컴(gimmyoung.com)을 만든 김영사의 김영범 대표는 "40%의 인세를 주면 출판사는 망한다.신규 업체들이 인기 저자를 잡기 위해 무리한 인세를 주겠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출판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이같은 이견이 좁혀지지 못할 경우 한국의 본격적인 e-북 시대 진입이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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