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시위 주동자 셋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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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찰이 1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강정마을 해안가에서 농성을 주동하던 3명을 긴급 체포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강정마을의 반대 농성을 주도한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전 사무처장을 이날 오후 1시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체포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강정마을에서 현장대응팀장을 맡아 해군기지의 건설공사와 경찰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구럼비 해안에서 천주교 전주대교구에서 주관한 ‘생명, 평화’ 미사가 열렸다. 배 모양으로 오려낸 설치판 사이로 미사에 참여한 신도들이 보인다. [제주=김상선 기자]

 경찰은 또 김아현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국장과 시민활동가 김민수씨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6명에 대한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무처장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강정마을에는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 예술인 등 외지인 50여 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중덕삼거리 농성장의 인원은 전날보다 20여 명 늘었다.

 반대 측은 이날 김 전 사무처장 등에 대한 체포를 사실상 공권력 행사로 보고 진보세력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제주도에 배치된 서울 경찰관들을 ‘토벌대’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외부 세력은 주민들에게 “육지 경찰이 제주도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주경찰청 윤종기 차장은 “김 전 사무총장 등에게 여러 차례 출석 요구를 했지만 응하지 않아 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경찰은 3일로 예정된 해군기지 반대 문화제에서 발생할지 모를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제주에 온 것이다. 이들은 강제 진압 병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체포된 김종일
평통사 전 사무처장

 해군기지 반대 측은 이날 오후 2시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에서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해군과 경찰은 즉각 반박했다.

 -(반대 측) 해군기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군의 전초기지다(농성장 옆에는 ‘미 제국주의의 대 중국 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다).

 “제주 기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초기지가 아니다. 제주 주변 해역의 해양 분쟁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대한민국 해군의 최전방 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남방해상교통로 확보와 강정마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해군기지만 건설하는 게 아니다. 크루즈선도 정박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된다.”(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 이은국 대령)

 -해군기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해군기지 유치 신청을 결정한 2007년 4월 26일 마을 총회가 향약에 따르지 않았다. 향약의 총회 공고기일인 7일을 지키지 않았다.

 “당시 총회는 향약의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 참석자 100여 명이 해군기지 유치 신청에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했다.”(윤태정 전 강정마을 회장. 제주도는 당시 도민 1500명과 대천동(강정), 남원읍(위미), 안덕면(화순) 주민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도민들의 의견은 찬성 54.3%, 반대 38.2%로 나타났다. 강정마을은 찬성 56%, 반대 34.4%로 가장 찬성률이 높아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됐다.)

 경찰은 3일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대규모 문화제가 불법 집회로 변질하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최경호·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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