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묵비 … 김종일 “진보, 불리할 때 쓰는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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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대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는 사면초가 속에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은 선의로 준 것”이라고 밝힌 것이 공식 발언의 전부다. 심리 전문가들은 “곽 교육감은 자신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더 이상 말해 봐야 의혹만 커질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며 "자신을 방어하려는 기제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정에서 행사하는 ‘묵비권(默秘權)’을 여론의 법정에서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곽 교육감이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2억원을 선의로 건넸다’고 발표는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하면 할수록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 우려돼 질문을 피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남의 평가는 잘하면서도 그 기준을 자신에겐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역설적 상황에 처하자 심리적인 혼란을 속으로 감추고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침묵을 지키면서도 측근들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간접 화법으로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는 것은 현실 회피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채규만 교수는 “대중에게 충분한 근거를 설명해 이해시키지 않고 떳떳하다는 점만 강조하는 건 철저히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곽 교육감이 정말 선의로 2억원을 건넨 것이 맞다면 한 차례 입장 표명을 한 뒤 굳이 진실에 변명을 보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묵비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는 것은 진보 진영 사람들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종일 대표도 “진보 진영은 불리해질 경우엔 아예 침묵하든지, 정당화시키며 돌파하든지 두 가지 전술을 보여왔다”며 “전자는 진보진영의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침묵을, 후자는 2008년의 촛불집회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묵비권=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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