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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강정마을 외부단체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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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에서 농성 중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사실상 ‘떠나라’고 요청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31일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한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외부단체가 반대활동을 중지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담화문에서 “정부는 해군기지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돼 제주도민과 국가의 이익이 함께 증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주지방법원은 31일 오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농성장인 강정마을에서 집행관을 통해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내용을 농성자들에게 설명하고 공시 표지판을 설치했다. 한 여성 농성자(왼쪽)가 표지판 설치 작업을 촬영하던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주=김상선 기자]

 하지만 강정마을에서 이 담화문은 휴지 조각이었다. 마을은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서울경찰관기동대 4개 부대와 여경 2개 대대 449명의 병력이 제주에 추가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서울 경찰들은 3일로 예정된 해군기지 반대 문화제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바로 진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반대 측 주민들은 외부 경찰의 제주도 주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제주에 도착한 서울경찰관기동대 4개 부대는 시위 진압 경험이 많은 베테랑 경찰로 구성됐다. 여경 2개 대대를 포함한 것은 현재 농성 중인 사람 중 30여 명이 여성인 데다, 팔순이 넘은 노인과 부모를 따라와 놀고 있는 어린이 4명도 농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강정마을에 파견된 외부 경찰 규모는 기존에 투입된 경기경찰청 소속 전·의경 2개 중대 160명을 포함해 610여 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평화비행기’ 를 통해 제주로 들어온 사람 등 2000여 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찰은 지난달 29일에 강정마을과 관련한 옥외집회를 이달 15일까지 금지한다는 통고서를 반대 측 주민들에게 발부했다.

 그 때문에 문화제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성격을 집회 대신 문화제로 바꿨다. ‘놀자 놀자 강정 놀자’로 이름 붙여진 이번 문화제는 강정마을과 구럼비해안, 일강정바당올레 등지에서 구럼비 순례선언, 평화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문화제 행사로 진행하고, 올레길을 따라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올레길이 해군기지 부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행진 도중 미신고 집회로 변질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경찰청 윤 차장은 “반대 세력이 평화적인 문화제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낮 법원이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문을 강정마을에 게시할 때 농성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2시 제주지법 박성구 집행관은 가처분 결정문을 손에 쥔 채 주민들이 농성 중인 강정마을 중덕삼거리로 들어섰다. 경찰관 20여 명이 박 집행관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주민 40여 명이 고성을 내지르며 경찰들을 몸으로 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물러섰다. 주민들은 경찰들이 농성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집행관에게 길을 내줬다.

제주=최경호·신진호 기자

◆서울경찰관기동대=전·의경이 아닌 순수 경찰관으로 이뤄진 부대 단위 경찰 조직이다. 병역자원 부족으로 2012년부터 감축되는 전·의경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2008년 신설됐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국방부 장관(제43대)

19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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