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기·헬기 제원, 특전사 훈련일정까지 북에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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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반국가단체 혐의로 기소된 일명 ‘왕재산’ 조직원들이 특전사 훈련일정과 대북 공격무기 제원 등 군사기밀 자료들을 대거 북한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공개된 김덕용(48·구속기소)씨 등 왕재산 조직원 5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06년 3월 특전사 동계훈련 자료, 스마트 폭탄과 야포, 헬리콥터·공습기 제원 등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중국 베이징에 체류 중이던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225국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또 경찰특공대 관련 자료와 일본 해상자위대 밀착취재 자료 등이 함께 전달됐다는 것이다.

 2008년 초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선 시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남한 ‘위성항법 위치확인 및 안내기’(GPS 내비게이션) 기자재와 최신 군용 게임자료를 북한 공작원 편으로 북한으로 보냈다고 검찰은 말했다. 이들을 통해 북한이 폭파하려 했던 주요 시설물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북한은 남한 사회에서 변혁(혁명)이 발생하면 제17보병사단 102연대, 공병대대, 제9공수특수여단, 한화 인천공장, 주안공업단지, 인천항, 인천시청 등 인천·경기 지역 주요 시설물을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비서관 출신의 이상관(48·구속기소)씨를 통해 수집한 정치 정보들도 상당히 상세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주요 인사 대립동향’ 자료에서 “이○○, 정○○ 의원 그룹과 또 다른 이○○ 의원 그룹은 갈등이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2003년에는 “노무현 측근의 실제 핵심은 비서실의 안○○ 정무팀장, 이○○ 기획팀장으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노무현과 안○○, 이○○가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또 ‘이명박 정부 3년 평가’ ‘남북 문제에 대한 이슈 선점의 필요성’ ‘야권 연대 통합 진행상황’ ‘4월 재·보선 선거분석’ 등 제목의 자료들을 e-메일을 통해 속속 북으로 보냈다. 지난 3월에는 “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야권연대 노력의 주요 척도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며, 민노당은 민주당 외 야권연대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과제를 갖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민주노동당 중심의 야권연대 전략을 북한에 보고했다.

 이들은 또 정치권 진출을 위해 동북아발전연구소를 설립한 뒤 진보적 정치 활동가들의 모임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북한에 보고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북한 신의주에 카지노, 호텔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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