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약만 있으면 죽을 병 아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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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에이즈는 만성질환으로 바뀌었습니다. 약만 있으면 만성병과 다름 없어요.”

 미셀 시디베(60·사진) 유엔에이즈(UNAIDS) 사무총장은 “에이즈의 바이러스(HIV) 독성이 많이 떨어졌고 좋은 약이 많이 나와 만성병과 유사하게 됐지만 약을 살 돈이 없어 세계 900만 명의 감염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이즈에 29개 국이 기부금을 내는데 거기에 한국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6~31일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에 참석한 시디베 총장은 한국의 에이즈 관련 정책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에이즈 감염자의 출국 후 재입국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산업연수생(D3)·예술흥행(E6)·선원(E10) 비자 발급 때 에이즈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제한은 외국인 영어강사 비자발급 신청서에 에이즈 음성·양성 여부를 표기하도록 한 점이다. 이 규정 때문에 한국은 유엔에이즈가 정한 ‘여행제한 국가’로 분류돼 있다. 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 37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디베 총장은 “영어강사가 에이즈 양성이라고 표기해도 비자는 발급한다. 일종의 신고인데 이는 엄격한 제한이 아니다”며 “한국 정부가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이즈 산하 위원회에서 ‘여행제한 국가’ 해제 안건을 논의하는데 한국 정부가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는 에이즈 국제대회를 열지 못한다. 미국이 최근 10년간 그랬다”며 “한국이 부산에서 에이즈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차별 철폐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이즈는 서로 안아도 옮기지 않습니다. 에이즈감염자에 대한 낙인 은 매우 불공평한 것이에요. 편견 때문에 죽는 사람이 에이즈 병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많아요.”

 그는 말리 출신으로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지냈다. 시디베 총장은 “내년에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축구감독을 유엔에이즈 홍보대사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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