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방위 압박속 "정부와 대화 요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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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정부의 4대 그룹 세무 조사 방침과 부당 내부거래 실사,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와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입장을 비쳐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은 21일 "재벌 개혁 등 문제를 놓고 정부와 재계가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서로의 입장이 와전된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풀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부회장은 "30대 그룹 지정 제도 폐지를 정부에 건의한 것은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한 재계의 의견 제시라고 본다"며 "재계의 의견을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바라보지 말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는 데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본부는 기업이 전략을 짜고 경영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스탭(참모) 조직일 뿐이며 과거 기조실과는 다르다"고 말해 구조조정본부의 존속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손 부회장은 "구조조정본부의 활동중 어떤 부분이 월권이고 어떤 부분이 월권이아닌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한뒤 "구조조정본부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이를 법적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매우 어색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는 세무 조사 등 정부의 강도높은 압박 전략이 가해지자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조사 대상이 극소수 계열사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절차 등에 대해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며 "통상 4-5년만에 실시되는 조사 과정인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LG는 "어떤 계열사가 조사를 받게 될지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며 "보통 2-3개 정도의 회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적인 틀 안에서 정부가 기업의 탈법.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세무 조사 등 준사법적 행위가 다른 목적에 이용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의 빛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과거처럼 기업이 탈법의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기업 행위는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퇴출되도록 제도적 틀이 마련돼 있지 않느냐"며 "자율적인 기업 행위를 저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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