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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장에 고시이시 기용 … 노다 ‘오자와파’ 끌어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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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노다 총리(左), 고시이시 간사장(右)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민주당 대표가 제95대 총리에 뽑혔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30일 오후 각각 본회의를 열고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노다 민주당 대표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 취임식은 일왕의 임명을 거친 뒤인 9월 초로 예상된다.

 노다 총리는 이날 총리 선출 후 핵심 당직인 간사장에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75) 참의원 의원회장을 기용했다. 고시이시 신임 간사장은 구 사회당 출신으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와 막역한 인사다.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 시절 고시이시 신임 간사장은 오자와 전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더불어 간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야스쿠니(靖國) 참배에 비판적이고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에도 적극적이다.

 노다 총리가 인사와 자금을 총괄하는 정권의 2인자 자리에 오자와 전 총리의 측근을 기용한 것은 그동안 정권 운영에서 배제돼 왔던 ‘친오자와’ 그룹을 정권 운영에 동참시켜 그동안의 ‘친오자와’ 대 ‘반오자와’ 사이의 분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다. 노다 총리로선 총리가 되긴 했지만 1차 투표에서 1위를 획득하고 결선투표에서도 45%의 표를 얻은 당내 최대세력인 오자와 그룹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자와 전 대표로선 비록 자신이 미는 후보를 총리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당내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2일 발표할 각료 인사에서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간사장이 관방장관으로 거론되고 있고, 결선투표에서 노다 총리를 지원한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도 주요 부처 각료에 임명될 전망이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은 당 정조회장으로 내정됐다.

 한편 노다 총리는 민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A급 전범은 더는 전범이 아니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 이날 “나는 (지금은)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 답변서에 입각한 대응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노다 의원은 야당 의원이던 2005년 10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에게 “‘A급 전범’이나 ‘B, C급 전범’은 사면돼 석방됐고, 형벌이 끝난 시점에서 수형자의 죄는 소멸되는 근대법의 이념 등에 비춰볼 때 A급 전범은 더는 전범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당시 자민당 정권의 ‘정부답변서’는 “우리나라(일본)는 어찌됐든 평화조약(대일강화조약)에 따라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의 결과를 수락한 만큼 (A급 전범이 전범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입장은 아니다”고 명기했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 체제가 출범한 30일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협력 기조를 꾸준히 유지 강화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짧은 논평이었다. 절제된 만큼 정부의 심경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노다는 총리가 되기 전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은 전쟁범죄자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옹호해와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한·일 간 갈등도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온 한·일 교류·협력 관계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치인이 총리가 되면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뒤로 돌리고 국익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보게 된다”며 “아베 신조나 아소 다로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언행은 삼가고 양국 관계 발전에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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