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거리 왕국, 케냐냐 에티오피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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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과 자메이카는 육상 단거리의 라이벌이다. 독주하던 미국을 최근 우사인 볼트와 요한 블레이크 등을 앞세운 자메이카가 추월한 모양새다. 중·장거리에서는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육상 중·장거리에서 케냐가 6개, 에티오피아는 4개의 금메달을 땄다.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케냐가 4개, 에티오피아는 2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두 나라는 중·장거리 최강국의 명예를 걸고 대구에서도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육상 중·장거리에는 800m·1500m·5000m·1만m·3000m 장애물·마라톤 등이 있다. 남녀 합쳐 금메달 수는 총 12개다. 30일까지 열린 5개 종목에서는 케냐가 3개, 에티오피아가 1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케냐는 비비안 체루이요트와 에드나 키플라갓 등 여자 선수들을 앞세워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체루이요트는 27일 열린 여자 1만m 결승에서 30분48초98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체루이요트는 5000m에서 2관왕을 노린다. 키플라갓은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마라톤에서 케냐는 샤론 체로프가 자신의 종아리에 걸려 넘어진 키플라갓을 일으켜 세워주는 가슴 찡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키플라갓이 금메달, 체로프가 동메달을 땄지만 이들에게 메달 색깔보다 중요한 것은 케냐를 대표한다는 동료애였다. 케냐는 여자 1만m와 여자 마라톤 두 종목에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에티오피아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28일 열린 남자 1만m에서 이브라힘 제일란이 금메달, 이마네 메르가가 동메달을 땄다. 케냐는 3명이 출전했지만 한 명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케냐는 30일 남자 800m에서 다비드 루디샤가 금메달을 따며 에티오피아와의 간격을 벌렸다.

 남은 종목 전망도 케냐가 좋다. 남자 1500m의 실라스 키플라갓, 남자 3000m 장애물의 브리민 키프루토, 남자 마라톤의 빈센트 키프루토와 아벨 키루이 등 우승 후보가 즐비하다. 에티오피아는 간판스타 베켈레의 부상으로 울상이다. 베켈레는 1만m에서 15바퀴를 돈 뒤 장딴지 부상으로 기권했다. 9월 1일 열리는 5000m 예선에는 불참을 선언했다.

대구=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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