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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 준결승 탈락 피스토리우스, 도전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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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사진)의 도전은 진한 감동으로 막을 내렸다.

 피스토리우스는 29일 열린 남자 400m 준결승 3조에서 46초19로 조 8위, 전체 22위에 그쳐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개인 최고기록인 45초07에는 1초12 뒤졌다. 그러나 그는 비장애인과 경쟁한 첫 메이저 대회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3관왕(100·200·400m)을 차지한 후 비장애인 대회 참가를 위해 노력했던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값진 경험을 쌓았다. 이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향해 나아간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이번 대회에서 피스토리우스는 어디를 가든 팬과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그래도 짜증을 내는 법이 없었다. 지난 20일 대구에 도착한 그는 팬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위해 자세를 조금만 낮춰달라는 요구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의족을 착용해 불편할 만도 했지만 시종일관 밝게 웃었다. 28일 400m 1차 예선을 마친 뒤에는 한 시간 가까이 경기용 의족을 착용하고 선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미소를 잃지 않았고 농담까지 곁들이는 여유를 보였다.

 장애를 의식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은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24일 선수촌 훈련장에서 첫 야외훈련을 소화한 피스토리우스는 사방이 훤히 보이는 잔디 위에서 일반 의족을 벗고 경기용 의족을 갈아 끼웠다. 의족 논란에도 의연했다. ‘의족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계주에 출전하면 다른 선수들과 부딪쳐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에 그는 “내가 착용하는 의족은 1996년 개발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예전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감정적으로 대했지만 지금은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모습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그는 9월 1일 열리는 1600m 계주 예선에 나설 예정이다. 아직 출전 멤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5명 가운데 4명이 선발되기 때문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부상 위험성 때문에 피스토리우스가 1600m 계주에 나선다면 첫 번째 주자로 뛰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계주에서도 ‘기적의 레이스’를 이어갈지 관심이 간다.

대구=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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