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왜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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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었지요.엄마가 투표일을 앞두고 집에 배달된 후보들이 내건 선거공약을 보면서 누구를 찍을까 저울질하던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많은 후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특히 중소기업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자기 고장에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어요.왜 그랬을까요.바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자,경제 통계를 살펴 볼까요.1998년 우리나라 전체 생산액(4백25조원)가운데 중소 제조업체가 절반에 가까운 46%를 차지했습니다.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1백68만명이나 돼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68만명)의 세배에 가깝지요.중소기업들은 수출도 많이 합니다.전체 수출액의 30%는 중소기업이 맡고 있어요.

전국적으로 5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8만개쯤 됩니다.전체 제조업체의 99%가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 회사에서 무엇을 만들고 종업원이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근로자가 3백명이 채 안되는 곳을 중소기업으로 보면 됩니다.

바로 많은 우리 부모님은 물론 언니·오빠가 일하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이랍니다.

많은 중소 제조업체가 여러가지 부품을 만들고 있지요.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기아자동차가 있지만,그 뒤에는 이곳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천개의 중소 제조업체가 있답니다.

만약 이 중소업체에서 만드는 볼트 하나에 문제가 있어도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결국 중소기업이 어려워져 제품을 못 만들면 대기업의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중소기업 하면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혹시 힘이 약한 기업이라거나 언제나 당하는 쪽이란 생각은 안 드는지요.틀린 생각만은 아니랍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변변한 공장이 없었어요.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짓고 기계를 돌려 경제 개발을 꾀했는데,정부로선 빨리 잘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철강·기계·화학 등 돈도 많이 들고 공장도 크게 짓는 기업을 주로 지원했지요.

외국에서 빌려온 이자가 싼 돈을 대기업에 많이 빌려주고,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력도 주로 대기업으로 몰렸어요.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기도 했지요.어떤 대기업은 물건을 가져온 중소기업에게 여섯달 뒤에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증서(어음)를 끊어주고 있답니다.

물건을 받았으면 바로 물건값을 주는 게 정상이지만,어떤 대기업은 '우리 아니면 어디서 물건을 받아주겠느냐’며 배짱을 부린 셈이지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이런저런 물건을 만들어 대도록 하는 것을 바로 '하청’이라고 합니다.중소기업으로선 그 하청을 따내느라 애를 많이 쓰지요.애써 만든 물건을 대기업이 사주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더구나 중소기업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시중에서 잘 팔리면 그것을 베껴 만들어 중소기업보다 싸게 파는 대기업도 있었답니다.

돈이 많은 대기업이 마치 자기들이 먼저 그 제품을 처음 만든 것처럼 광고하고 싸게 팔면 그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요.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일군 시장을 빼앗은 것이지요.이런 일을 겪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궁리 끝에 '이런 저런 업종에는 대기업들이 들어가지 말라’고 울타리를 쳤답니다.

이것이 바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입니다.이 제도는 79년에 만들어졌고 가장 많을 때는 2백37개나 됐답니다. 지금은 쇠못·안경테·벽시계 등 88개 업종으로 줄었습니다.

또 중소기업들이 애써 물건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물품 가운데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해 쓰도록 하는 '단체 수의계약’이라는 제도도 만들었지요.

그런데 이 단체 수의계약 품목 수도 점차 줄여 나가야 합니다.나라마다 만든 제품의 수출과 수입을 최대한 자유롭게 하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닻을 올렸고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 가입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해서 물건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을 많이 해야 나라 경제가 튼튼해지고 기업과 국민의 주머니 사정도 두둑해진답니다.

그런데 우리 물건을 해외에 많이 팔고 다른 나라 제품은 덜 들어오도록 할 방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예요.중소기업을 보호해온 울타리들이 하나 둘씩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이제 중소기업도 뼈를 깎는 변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대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경쟁에서 이겨야만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중소기업 사이에도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정부도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은 키우되 부실한 중소기업은 망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직도 대기업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예요.아무래도 자금이 모자라고 특히 물건을 독자적으로 팔 수 있는 판매망이 부족하지요.

특히 최근 기업경영의 필수 조건으로 등장한 전산시설·인터넷 활용 등과 같은 정보화 수준은 낙제점이예요.중소기업청이 2천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보화의 점수를 매긴 결과 47점이었어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업체는 60%지만 사내 임직원끼리 컴퓨터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인트라넷을 구축한 곳은 10개 업체 중 두개꼴이랍니다.겨우 컴퓨터로 공문을 작성하는 수준입니다.

중소기업은 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쓸 만한 사람들은 벤처나 대기업으로 빠져나가 흔히 어렵고 힘든 것으로 여기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합니다.
30년동안 회사를 꾸려온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은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벤처기업 사장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더군요.

열심히 일해 공장을 이만큼 키워왔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고민인가 봐요.당장 벤처 기업의 기능을 무시하기 어렵고,그렇다고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랏돈을 공장을 돌리는 중소 제조업체에게 싼 이자로 더 많이 빌려주고,벤처기업 중에서도 사람을 많이 써 물건을 만드는 곳에 집중 지원하기로 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정부만 쳐다볼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한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돕고 살아야 한다며 뭉쳤답니다.그것이 바로 '조합’입니다.

현재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있는 조합은 1백80여개에 이르고,지방에만 둥지를 튼 조합도 6백개나 됩니다.이들 조합을 돕는 곳이 좀더 큰 조직이 바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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