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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약 먹어도 안되는 ‘밤’ 마지막 대안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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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이혼의 증가와 함께 필연적으로 재혼도 늘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남녀의 재혼율이 세 배나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전체 혼인 건수 중 재혼율은 1990년 8.4%에서 2009년 17.4%(5만3700여 건)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재혼자 수는 최근 10년 사이 508명에서 지난해 1438명으로 2.8배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가 사회 문제화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재혼율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남성의 재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재산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필요한 것이 건강일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정상(Well-being)인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성적(性的)인 건강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1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강남세브란스)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성기능 장애클리닉’을 설립·운영하면서 수많은 남성을 만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기능 장애가 단순히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내와의 불협화음은 물론 사업에 의욕이 없고,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자신감도 잃고 있었다.

 나이 들어 재혼하는 남성에게도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성적인 능력이다. 다행히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남성들이 혜택을 본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치료제로도 발기력을 회복하기 힘든 남성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 결과,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10~15%가 약의 효과가 없었다. 첫 번째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인 실데나필이나 바데나필, 타다라필 등 PDE5 저해제의 약물 반응이 없는 환자들이다. 두 번째는 발기에 관여하는 신경이나 혈관이 당뇨병이나 외상 등으로 손상됐기 때문이다.

 이들 환자에겐 보형물 치료가 마지막 대안이다. 보형물은 1952년 개발됐지만 지금과 같은 ‘세 조각 팽창형’이 나올 때까지는 불만이 많았다. 막대기처럼 구부렸다 폈다 하는 기능만 있었기 때문. 세 조각 팽창형은 원통형 실린더와 버튼, 용액 저장고 등 세 개의 구조물로 돼 있다. 음경 해면체에 원통형 실린더를, 용액 저장 주머니는 방광 앞에, 발기를 유도하는 버튼(조절 펌프)은 음낭 속에 집어넣는다. 버튼을 누르면 저장고에 있는 용액이 실린더 속으로 들어가 팽창하는 구조다. 재질이 부드럽고, 해면체 안에 장착돼 부인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물론 쾌감이나 사정감은 유지된다. 필자를 찾는 남성 중에는 전립선암으로 성기능이 손상된 환자, 당뇨병으로 오랜 세월 부부관계를 못한 남편, 80대 고령자도 있다. 모두 남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최형기
성공의원 원장·전 남성의학회 회장


최형기 성공의원 원장·전 남성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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