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마켓뷰] PBR 1배 이하는 단 세 번뿐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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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주 전 세계 주식시장의 관심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불안감 속에서 한국뿐 아니라 서방세계 전체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설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암시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경제에 자생력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QE3 시행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QE3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걱정이다. 어쨌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미있는 건 필자가 일주일 전에 다녀온 중국의 모습이다. 다른 대부분의 G7 선진국은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제로 성장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글로벌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보다는 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왜 중국은 예외가 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금융보다는 실물경제의 비중이 크다. 선진국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무역 같은 실물 부문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또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아직 낮다. 주식시장은 다른 자산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비해 가격의 탄력성(변동성)이 큰 게 특징이다. 역설적으로 선진국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경제의 불안정성도 그만큼 더 크다.

 역발상을 해보면 실물에 비해 주식의 가격 탄력성이 크다는 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주식시장의 경험을 보면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장 전체 기업의 PBR 이 1배 이하로 떨어진 경우는 크게 세 번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 그리고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였다. 즉, 경제가 거의 파국에 치달았을 때뿐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 다음이다.

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지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주가 지수는 모두 2배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금 코스피지수의 PBR 1배는 약 1660선으로 추정된다. 현 시점에서 증시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주식의 변동성은 이미 위기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게 아닐까 싶다. 개별 기업이 아닌 전체 상장 기업의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다.

 지금은 희망의 씨앗을 찾아야 한다. 어디부터 좋아질지를 고민해보면 답은 여전히 중국 내수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내부 분위기를 보면 8월 물가지표가 이전보다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9월 이후 물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중국의 금융정책은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년 중국 내수의 핵심은 무엇일까. 시진핑(習近平·습근평) 중국 국가부주석은 장쩌민(江澤民·강택민)의 상하이 푸둥신구(新區: 국가 단위 개발특구)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의 톈진 빈하이신구에 이어 낙후된 지역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곳은 서부 지역이다. 이미 충칭(重慶)의 양장신구와 시안(西安)의 시센신구를 새로운 국가 단위 개발신구로 지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역 소득이 크게 오르고 있는 중국 서부의 내수 확대 붐을 장기 투자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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