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인터넷은 '반짝 유행'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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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미국의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이번주 월요일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주식시장이 따라서 하락했다. 이번 주가하락이 주식가치가 제자리를 찾는 조정과정인지, 아니면 상당이 오래 지속될 침체의 시작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기술주가 많이 포함된 나스닥지수는 지난 3월 10일의 최고치에 비해 34%가 하락했으며,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9.7%가 하락했다.반면 구 경제를 상징하는 다우존스(DJIA) 는 1월 4일의 최고치 대비 12%밖에 하락하지 않았고, 금요일 하루에는 5.7% 정도 하락했다.

지난 1주일간의 나스닥 주가지수의 하락이 25%에 달한 것을 보더라도 이번의 주가하락은 주로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주의 가격조정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미국의 주가하락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정, 3월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와 그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 기타 한 두 가지의 기술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 미국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아닐까 한다. 나스닥이 폭락했다고 하나 1년 전에 비해서는 아직도 32%나 올라 있는 수준이다.

인터넷 관련 주식은 그동안 수익성이나 매출액에 비해 지나치게 올라 있어 전통적인 기준으로는 가치평가가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많은 인터넷기업이 계속 적자만 보는 데도 주식은 계속해 치솟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오프라인 기업의 시가총액은 매출액의 3.5배인 반면 온라인기업의 시가총액은 무려 매출액의 60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래소기업과 코스닥기업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은 이보다 더 심한 격차를 보였다.

기술주의 가격조정은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우선 인터넷기업 내에서도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인터넷산업은 네트 워크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선도기업이 시장을 석권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뚜렷한 기술적 우위가 없는 기업은 오래 생존할 수 없다. 또한 그동안 각광받던 소비자 상대의 전자상거래(소위 B2C) 기업들이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퇴조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서는 온라인기업과 오프라인기업들이 합병하고 또한 많은 굴뚝기업이 인터넷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두 기업군간의 지나친 가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의 주가하락을 인터넷 자체의 후퇴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인터넷으로 인한 경제의 효율성 증가와 원가인하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교환 비용과 기업간의 거래비용을 낮춰 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가격인하의 혜택을 가져다준다. 또한 통신네트워크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통신 비용은 상당히 저렴해진다.

그 결과 거리가 가져오는 비용이 축소되면서 경쟁이 촉진되고,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우리 경제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인터넷을 도입하고 있어 이러한 신경제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시기에 와 있다.

이번 기술주의 가격조정은 그동안 벤처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제거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굴뚝기업도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면 인터넷기업에 못지 않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술주의 가격조정은 전통산업의 주식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을 검토해볼 때 우리나라 거래소시장의 지나친 주가하락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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