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요] 일진회 학생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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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맞고 뺏기고 따돌림을 당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아프고 괴롭고 서럽다. 힘 있는 다수에게 해코지를 당하는 약한 소수는 더 그렇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할 수도 있다. 말 한 마디 못한 채 짓눌려 지낸 학생들이 그럴 것이다. 의외로 큰 사회문제가 된데 놀라는 '회원'들도 있겠고 드물게는 우쭐하고 으쓱하는 '짱'도 있을 법하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이를 뿌리 뽑기는 어렵다. 경찰이 나서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회원'들이 참회와 반성만이 약이다. 그럴려면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 아니면 내 동생이, 우리 형이 맞고 짓밟히면 어떨까 새겨봐야 한다. 나아가 자기를 아끼고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 그럴 수가 없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마음산책, 192쪽, 8800원)이 그 책이다. 김용택 시인이 3년간 대안학교로 진학한 고교생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것이다.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세상이 변해도 한결같다"로 시작되는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각성해야 한다. 자기를 고귀하게 가꿔야 한다. 그 고귀함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네가 지금 고민해야 하고 노력해야 할 것들과 씨름해라. 세월은 금방 간다. 인생에는 결코 왕복표가 없다. 네 삶은 네가 잡아 쥐어야 한다. 그래야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산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글로 옮기지 못한다고 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너희들 잘되라고 집에서, 일터에서 땀 흘리며 애태우는 부모마음을 떠올려라. 그리고 치켜 들었던 주먹을 잠깐 멈춰라.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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