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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오전 11시40분 서울대학교 호암생활관.

'제1회 서울시 정신장애인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 참가에 앞서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있는 7명의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타인과의 만남이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정신 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강남정신보건센터 등 서울시내 재활기관 7곳에서 치료받아 오던 이들은 예선전을 거쳐 이날 낮 12시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본선에 출전했다.

'비상 사태' 에 대비, 자원봉사자와 함께 2인1조로 구성된 7개팀은 방 하나씩을 각각 배당받아 24시간 동안 식사해결 등 10가지의 과제를 인터넷으로 해결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생존 방법을 체험하는 경기에 참가한 것이다.

참가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金인기(39)씨. 金씨는 여섯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군 복무기간중 누이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 뒤 10여년 동안 공장 노동자.신문배달원.자전거 수리공 등을 하며 살아오다 지난해부터 정신건강이 악화돼 성동정신건강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대화방에서 채팅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남들과 대화하는 게 싫거든요. 하지만 참가한 이상 어떻게든 이겨내야죠. "

참가자들이 24시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터넷으로 가족에게 선물보내기.영화표 사기.보건복지부에 e-메일 보내기 등 사회적응 훈련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정신건강홍보기획단 이기연(37.여)씨는 "인터넷은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장애인들이 사회와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창구" 라며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이 대회를 준비했다" 고 말했다.

남에게 말을 걸어본 적도, 선물을 보내본 적도 없는 7명의 장애인들이 인터넷에 의지해 24시간 동안 '세상 껴안기' 에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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