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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타고나 제스처 요란 … 지금도 방에서 춤추고 있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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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호 06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스포테이너(스포츠맨+엔터테이너)’라 불러줘야 마땅하다. 그는 가장 인기 있고 실력이 뛰어난 스포츠 스타이면서 팬과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끼와 재능도 갖고 있다. 그래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볼트를 ‘알파와 오메가’로 내세웠다. 개막일인 27일에 볼트는 100m 예선을 뛰었고, 마지막 날(9월 4일) 마지막 종목인 남자 400m 릴레이에 출전해 피날레를 장식한다.

볼트 매니저 심스가 본 ‘스포테이너 볼트’

볼트는 어떻게 최고의 스프린터가 됐고,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됐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볼트와 24시간 붙어 다니는 개인 매니저 리키 심스를 지난 24일 인터뷰했다. 아일랜드 육상 중거리 선수 출신인 그는 페이스(PACE)라는 육상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한다. 그와 계약을 한 75명 중 23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했고, 그중 4명이 세계챔피언이다.

우사인 볼트의 매니저 리키 심스가 볼트의 성공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송봉근 기자

2003년 파리세계육상선수권부터 볼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심스는 볼트의 일정과 스폰서는 물론 옷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모든 것을 관리하고 뒷바라지한다. 그는 만나기로 한 대구세계육상 선수촌 입구에 약속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6시30분에 나왔다. “볼트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사다 주느라 늦었다”고 했다.

-볼트의 성공 비결이 뭐라고 보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재능과 승부욕이다. 볼트는 15세 때 20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났다. 또한 육상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승부욕이 남다르다. 동료와 비디오게임을 해도 지고는 못 살 정도다. 다른 선수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볼트처럼 될 수 없겠지만 그도 재능만 믿고 훈련을 게을리했다면 오늘의 볼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볼트는 엄청난 노력파다.”

-큰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빅 이벤트는 대부분 8월에 열린다. 8월에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휴식과 훈련 등의 일정을 세심하게 조절한다. 볼트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탁월하다. 경기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자신의 할 일에만 몰두한다. 즉 경기와 나를 분리시키는 데 능하다는 뜻이다.”

-천하의 볼트라도 약점이 있을 텐데.
“폭발적인 가속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지만 키(1m96㎝)가 크다 보니 스타트에서 불리하다. 볼트 자신도 스타트에 약점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대회를 몇 달 앞두고는 스타트 훈련에 집중한다. 볼트가 100m보다 200m에 더 애착을 갖는 것도 200m 선수로 출발했다는 점도 있지만 200m가 스타트의 불리함을 가속력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트는 익살스럽고 과장된 제스처로 유명하다. 특히 출발 직전 스타트 라인에서 요란한 세리머니로 주위를 압도한다.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하려는 의도된 연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심스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왜 그렇게 요란한 제스처를 하는가.
“상대를 주눅들게 하려는 게 아니다. 볼트 자신이 원래 성격이 활달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방에서 혼자 춤추고 있을 거다. 카메라가 자신에게 집중되면 재미있는 동작을 함으로써 관객과 시청자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한다. 다른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 주눅이 드는 것이다.”

-활을 쏘는 듯한 번개 포즈도 볼트가 직접 만들었나.
“우리는 그걸 ‘투디월드(ToDiWorld)’라고 한다. 세상을 향해 가장 빠르게 달려간다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무렵 자메이카에서 가장 유행했던 노래에 나온 춤 동작이다. 볼트가 그걸 응용해 포즈를 만들었고, 베이징 올림픽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그 세리머니를 했다.”

-볼트의 패션 코디네이터가 있나.
“없다. 볼트가 직접 옷을 고른다. 주로 후원사인 푸마의 컨셉트에 맞춘다. 볼트는 푸마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지원해줬고, 힘들 때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유난히 치킨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치킨 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웃음) 볼트는 치킨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소고기도 좋아한다. 베이징 올림픽 때 ‘치킨 너깃 먹었다’는 얘기가 자꾸 반복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 치킨업체가 스폰서를 하겠다면 받아주겠는가.
“아직 치킨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 스폰서 금액이 적절하고 이미지가 괜찮다면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영국의 스포츠산업 전문 월간지 스포츠프로 6월호가 발표한 ‘가장 상업적 가치가 높은 스포츠 선수’에 볼트가 1위로 뽑혔다. 볼트는 지난해 푸마와 스폰서 계약을 3년 연장하며 무려 2억5000만 달러(당시 약 3000억원)의 특급 대우를 보장받았다.

-볼트의 연간 수입을 얘기해 줄 수 있나.
“그건 곤란하다. 가장 비중이 큰 게 스폰서 수입이라는 것만 말해줄 수 있다. 볼트의 자산관리를 해 주는 팀이 따로 있다.”

-볼트가 체인형 레스토랑을 냈다던데.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에 ‘우사인 볼트의 트랙스 앤드 레코즈(Usain Bolt’s Tracks and Records)’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자메이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이다. 앞으로 런던ㆍ뉴욕 등 자메이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지점을 낼 예정이다.”

-볼트가 은퇴하면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공언하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웃음) 프로팀 같은 높은 레벨에 가겠다거나 갈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축구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일 거다. 앞으로 몇 년간은 육상에 몰두해야 할 시기다.”
심스는 볼트가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고 재능도 있어 보인다며 그가 은퇴 후 경영자로 나설 뜻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볼트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여자친구 질문이 나오자 곤란한 듯 몸을 꼬면서
“세계선수권대회는 비즈니스이니 비즈니스 얘기만 하자”고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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