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만주철도 귀국길 중국 지도부 접촉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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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을 마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가 25일 오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국경도시인 만저우리(滿州里)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네이멍구=연합뉴스]

4박5일의 러시아 방문을 마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가 25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중·러 국경도시인 만저우리(滿洲里)를 통해 중국으로 진입했다.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을 거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대신 중국 둥베이(東北)지역을 지나는 만주횡단철도(TMR)를 이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시베리아 울란우데 근처 소소노비 보르(소나무 숲)에서 2시간10분 동안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이날 오후 7시20분쯤 울란우데 역을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2001, 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중국을 거치는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 위원장이 귀로에 중국 지도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며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 특별열차에 동승해 회담하거나 동북 3성의 모처에서 전격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목적 없이 만주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를 방문한 뒤 귀로에 이동거리를 1500㎞ 단축하기 위할 목적으로만 중국을 통과한다면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자가 둥베이 지역에서 회동한다면 선양(瀋陽)·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을 비롯한 대도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중국에 통보하는 형식을 통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퉁랴오(通遼)∼선양∼단둥(丹東)을 지나는 1600㎞짜리 최단 루트, 치치하얼∼하얼빈∼창춘∼선양∼단둥을 거치는 고속 루트, 치치하얼∼하얼빈∼무단장(牧丹江)∼투먼(圖們)을 거쳐 함경북도로 이어지는 루트의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로 이어지는 노선을 택할 경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 총리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실험 잠정 중단 의사 등을 밝힌 것과 관련,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의지가 있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지만 6자회담을 재개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얼빈(중국)=장세정 특파원
이르쿠츠크(러시아)=임현주 기자

◆만주횡단철도(TMR)=중국 만주 북부 만저우리에서 하얼빈과 창춘을 거쳐 다롄까지 이어지는 철도. 중국 창춘철도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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