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美야후도 한글로 즐기세요"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이 첫 발을 뗄 당시에는 사용자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대개 군사·연구 목적으로 영어에 익숙한 학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래서 영어가 공용어나 마찬가지인 인터넷에서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네트워킹과 멀티미디어 관련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인터넷은 더 이상 소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연구용 통신 수단이 아니라 ‘정보의 바다’로 불리며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중매체가 됐다.

이런 흐름과 함께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일반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가장 큰 장벽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언어가 다른 국가간의 의사소통 문제이다.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정보나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인터넷이 언어문제로 인해 1백% 활용되지 못하게 된 것. 그래서 국지적인 네트워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것이 번역을 위해 개발된 번역 소프트웨어다.

초기에는 인터넷이 아닌 파일형태의 문서를 번역하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사전 형태의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더욱 사용자의 욕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단순한 사전 형태가 아닌 홈페이지 자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사용자에게 보여 주는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별다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서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다국어 검색 번역이 가능한 사이트들도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4월 중순 문을 열 ‘트랜스컴’(http://www.transcom.co.kr)이 눈에 띈다. 현재 베타 테스트 버전을 내놓고 서비스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트랜스컴은 기존의 번역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다국어 번역이 웹상에서 가능하며, 특히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어공학연구소, ㈜유니소프트, ㈜언어와컴퓨터와의 제휴를 통해 다국어 검색 번역 서비스, 인터넷 원격 언어 교육 서비스, 다국어 상품 검색을 통한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물론 트랜스컴 이전에도 웹상에서 실시간으로 다국어를 번역할 수 있는 솔루션은 많이 있었다. Icity의 My browser와 실시간 다국어 번역 사이트인 ClickQ, 월드맨의 다국어 검색 서비스, 한클릭의 한일 채팅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다국어 번역 사이트들은 대부분 보이는 페이지에 한정, 번역되기 때문에 하이퍼링크로 이동한 페이지에서는 다시 번역 메뉴를 이용해 번역문을 보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트랜스컴의 다국어 번역 서비스는 이런 불편함을 모두 없앤 점이 돋보인다. 홈페이지 상단에 자신이 번역하길 원하는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하고 번역 버튼을 눌러 한 번 이동하면, 그곳에서 하이퍼링크돼 이동하는 사이트들은 계속 자동 번역돼 사용자에게 보이게 돼 있어 사용자의 불편함을 줄였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점점 더 편하고 빠른 인터넷을 원하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컴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에 보여 주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번역 사이트들이 원문이나 번역문 중에 하나만을 보여 주는데 반해 트랜스컴은 사용자가 원할 경우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에 화면에서 보여 줌으로써, 원문과의 비교를 통해 언어 교육 효과와 번역의 정확성을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다른 사이트와는 다른 차별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컴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제휴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번역 사이트들이 솔루션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제휴를 전자상거래나 부가서비스를 위해 맺음으로써 사전적인 의미의 번역서비스만을 제공하는데 반해 막강한 제휴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연어와 가장 가까운 번역 서비스를 제공, 동시에 교육 및 전자상거래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기존의 전문 번역 사이트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랜스컴은 언어장벽이 없는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설립된 인터넷 서비스 벤처기업임을 주장한다.

홈페이지의 회사 개요에서 세계를 향한 한글 문화의 자존심을 바탕으로 방대한 번역 데이터 베이스(DB)
, 다년간의 번역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다져온 트랜스컴은 누구나 쉽게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모든 정보를 얻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세계를 언어장벽을 허문 하나의 사이버 세계로 통합, 그 중심이 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은 정식 서비스를 오픈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을 정확히 판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이트의 성공 여부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의 가장 큰 성공요소가 사용자 욕구의 정확한 분석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트랜스컴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공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말고 다른 번역 사이트와는 다른 서비스를 연구·개발, 제공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들은 냉정하고 쉽게 식상해 한다. 그들은 단순한 번역 전문 사이트가 아닌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면서 재미있게 얻을 수 있는 사이트를 원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규만 사장 약력
·58년 춘천生
·제일고-강원대 경영학
·쌍용컴퓨터-언어과학연구소 이사

김상우 ICG 대표 <이코노미스트 제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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