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 나의 별 ⑪ 고3 요리사 최정열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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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창작요리경연대회 금상, 2011 서울 세계관광음식박람회 개인부문 은상, 2011 대한민국 국제요리경연대회 단체전 최우수상 . 청소년 요리사 최정열(서울 진관고 3)군의 수상실적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각종 요리대회에서 주요 상을 휩쓸었다. 최군은 “아직은 초보요리사”라면서도 “맛과 예술성, 상품성이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요리를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요리사를 동경했어요. TV를 볼 때도 만화채널보다 엄마가 보시는 요리채널을 더 재미있게 봤죠.” 평범해 보이는 재료가 요리사의 손끝에서 툭툭 잘려 조리되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이 신기했다.

 중학생이 되고나선 요리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TV에서 본 요리법을 메모한 뒤 용돈을 털어 재료를 구입했다. 한두 번 실패를 거친 뒤엔 맛이 그럴 듯한 간식이나 식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런 최군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제가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을 때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다른 일엔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최군의 꿈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요리사의 세계를 다룬 자료를 수집해 공부했다. 유명한 미식가와 요리사가 쓴 책도 탐독했다. 그리고 고2가 되던 해 10월, 비로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남들보다 출발이 늦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 바쁘게 움직였다. 학교에선 요리직업반으로 반을 옮겼다. 사설요리학원의 대학진학반에도 등록해 하루 11시간씩 요리를 공부하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노력을 기울이자 운도 따랐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3주만에 출전한 생애 첫 요리대회(2010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창작요리경연대회)에서 최군은 대상인 금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6개의 국내 주요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9월엔 세계 3대 요리대회 중 하나인 러시아 국제요리대회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최군을 지도한 서울요리학원 김성현 원장은 “대부분의 요리대회엔 고교생 부문이 없어 일반인부문에 출전해서도 수상했다”며 “수년간 혼자 다져온 기본기가 있어 학습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말했다.

 최군은 특히 서양식 요리에 관심이 많다. 고 2 겨울방학에는 서양 현지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과감한 도전을 하기도 했다. 방학 두달간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유럽 3개국을 돌며 이름난 현지의 음식을 맛보고 감상을 노트에 기록했다. 최군은 “현지 음식이 보여주는 독창성과 유연성이 인상적이었다”며 “인터넷 미니홈피와개인노트에 빼놓지 않고 자료를 올려 나만의 노하우로 소화했다”고 말했다. 고 3이 되고나서는 요리실습일지를 만들어 매일 새롭게 개발한 요리 레시피와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최군의 꿈이다. 외국서적의 내용을 번역하며 까다로운 요리 영어단어를 외우고, 해외의 유명 요리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그는 요리학과가 유명한 한 대학 수시모집에 원서를 접수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뒤, 프랑스의 요리사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며 “세계 전역의 요리특징과 영어에 능통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최정열군은 “실력있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한 해외 요리책을 읽기 위한 영어실력이 필수”라며 “세계의 어떤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말하기연습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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