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여성 권리 첫 주창한 9월1일, 기념일로 선포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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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여권선언인 ‘여권통문’이 실린 ‘황성신문’ 1898년 9월 8일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도 CEO가 돼야 한다”고 독려해 화제다. 시계추를 11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으로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深閨)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1898년 9월1일 서울 북촌에서 양반 여성들이 발표한 ‘여권통문(女權通文)’의 일부다. 이 땅의 여성들이 근대적 권리를 주장한 첫 선언문이다. 선언문은 정치에 여성이 참여할 권리, 평등하게 교육 받고 직업을 가질 권리 등을 주장하고 있다. 파격적인 주장에 놀라 황성신문·제국신문 등이 관련 논평을 낼 정도였다.

  발표 당시 300명 정도였던 찬동자는 발표 후 400~500명으로 늘어났고, 여학교 설립과 여성계몽 사업을 추진하는 ‘찬양회’ 조직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연구가 소홀했던 근대 여성의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여성사학회(회장 이송희 신라대 교수)가 ‘허스토리(Herstory)를 만들어낸 동아시아 여성들: 역사 속의 여성리더십’(24~26일)을 주제로 마련한 국제학술회의다.

 24일 서울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 열린 한·중·일 여성사학자 세미나에서 이송희 교수는 “여권통문과 찬양회의 여권운동을 계기로 여성교육이 확대되고 여성단체가 잇따라 설립됐고, 이들은 민족주의 운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당시 여성들이 조직한 국채보상부인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은 알지만 우리 여성이 여권을 처음 선포한 9월 1일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여성계가 9월1일을 기념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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