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이미 반영된 악재 … 아시아 증시 차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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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4일 일본의 한 외환 트레이더가 외환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일본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일 정부는 엔화 안정을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쿄 신화통신=연합뉴스]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시장은 차분했다. 주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고, 환율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24일 코스피 시장은 전날에 비해 21.9포인트(1.23%) 내린 1754.7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도 5.46포인트(1.14%) 하락한 474.29로 거래가 끝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5일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요동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증시 역시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날 닛케이 지수는 1.07% 내린 8639를 기록했다. 중국(-0.51%)·대만(-0.63%)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낙폭이 크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4.2원 떨어진 1082.2원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 심화로 채권값은 뛰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린 3.46%였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은 건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경기가 당분간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이미 시장에 반영된 악재라 증시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방종욱 애널리스트도 “일본 재정부채 문제를 고려하면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1990년대 이미 최고 등급에서 강등된 경험이 있어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와 같은 상징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정도의 악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글로벌 금융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크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며 “하지만 일본 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상승세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한 데 힘입어 11.71포인트(1.71%) 오른 채 출발했다. 오전 한때 1799.11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코스피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혼조세를 보이다 결국 일본 신용등급 강등에 발목이 잡혔다.

 증시가 급락한 2일 이후 하루(16일)를 제외하고 ‘팔자’ 행진을 이어 가던 외국인투자자는 그동안 낙폭이 컸던 정보기술(840억원)과 화학(387억원) 업종을 위주로 906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셀 코리아(Sell Korea)’를 주도하던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돌아선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증시에서 주로 유출된 자금은 유럽계”라며 “유로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당분간 매도 물량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국 신용등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조익재 센터장은 “정부 부채나 경상수지 면에서 2008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우리나라는 큰 문제가 없다”며 “가계부채가 일부 문제지만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높인 뒤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허진 기자

◆무디스(Moody’s)=정식 명칭은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Fitch)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투자자문·신용평가회사다. 1900년 존 무디가 설립했다. 현재 신용평가 정보회사인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의 자회사다. 최고 ‘Aaa’부터 ‘C’까지 21단계로 신용등급을 매긴다. Baa3 이상이면 투자 적격, Ba1 이하면 투자 부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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