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암살자 총탄에 어머니 잃었다 그날 이후 난 한반도 평화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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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3일 남북관계에 대해 “남북한이 서로에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신뢰외교(Trustpolitik)’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정책, 즉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 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es)’ 9·10월호에 기고한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사진)라는 글에서다. 박 전 대표는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또한 열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은 “이번 기고는 세계에 대북 정책을 제안하는 의미 ” 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인의 이 잡지 기고는 1994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퍼스트 레이디였던 어머니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암살자의 총탄에 희생되셨다. 그날 이후 나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되기를 원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2010년 11월, 6·25전쟁 후 최초로 북한이 한국 영토를 포격해 무고한 민간인마저 희생됐다. 불과 2주 전 한국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주최했다. 두 사건은 한반도 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시아와 국제사회 정책 결정자들은 더 대담하고 창조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남북한 간 신뢰가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신뢰를 새롭게 재구축할 기회임을 의미한다. ‘신뢰외교’는 무조건적·일방적 신뢰가 아니다. 북한은 한국·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지켜야 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 ‘균형정책’은 강경과 유화의 중간 이 아니라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이다. 한국은 북한의 폭력적 행동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억지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없다.

 한국은 동시에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002년 나는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6·25 전쟁 후 단절된 한반도 종단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이를 시베리아 및 중국 횡단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이다.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면 철도연결 프로젝트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미국은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만이 생존을 보장하고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음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변화를 촉진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 증진 노력에 동참한다면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통일된 민주주의 한국은 동북아에서 경제적으로는 물론 안보적으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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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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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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