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미군 유해 … 조기 건 웨스트버지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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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국 참전용사의 유해가 60년 만에 미국 고향 땅으로 돌아와 묻혔다.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신스턴 머사닉 묘지에서는 20일(한국시간) 고(故) 제임스 새뮤얼 머레이 상병의 장례식이 열렸다. 17세의 어린 나이로 군에 입대한 머레이 상병은 살아 있었다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족,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왔다.

 1946년 입대한 머레이 상병은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하지만 51년 2월 북한군에 생포돼 황해도 수안에 있는 포로수용소로 끌려갔고, 두 달 만인 4월 22일 연합군의 대대적인 폭격 때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다른 시신들과 함께 북한의 공동묘지에 그대로 묻혔다.

 미 국방부는 북한에서 넘겨받은 유골을 토대로 DNA 분석 등을 거쳐 지난해 말에야 가족들에게 전사자 통보를 했고, 머레이 상병의 유해를 신스턴으로 옮겨 최고의 예우를 갖춘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얼 레이 톰블린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19일 특별포고령을 발표해 장례식 당일인 20일 주 전역의 공공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톰블린 주지사는 주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머레이 상병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례식이 열린 해리슨 카운티의 신스턴 머사닉 묘지에는 6·25 참전 미 군인회와 현역 군인들이 참석해 머레이 상병을 추모했다.

 공교롭게도 북한 외무성은 이날 “미국 측이 최근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회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담당국의 캐리 파커 공보관은 “미국은 유해 발굴을 중요한 인도적 임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병사들에 대해 가능한 한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간 유해발굴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1996년부터 10년간 북한에서 33차례에 걸쳐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벌여 220여 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하지만 2005년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인력에 대한 안전 문제로 작업을 중단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 당시 2000명 이상의 미군 병사들이 포로로 잡혀 있던 중 사망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7990여 명이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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