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북최고 축구해설가 리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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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맞선 팀들이 어떤 전법을 시도하려 하고있는가, 선수들의 경력과 기술, 일화에 이르는 알기 쉬운 해설은 축구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북한에서 축구경기에 대한 해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설가 리동규(63)씨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3.15)는 이같이 소개했다.

북한에서 `재치있는 해설가'로 널리 알려진 리씨의 직책은 체육과학연구소 축구연구실 실장이다.

TV를 통해 축구경기가 중계될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TV에서 해설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경기와 함께 목소리만 나오기 때문이다.

리씨가 `재치있는 해설가'로 사랑받는 것은 "폭넓은 정보수집 활동에 안(뒷)받침된 축구에 대한 지식 때문"이라고 조선신보는 지적했다.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이 오는 25일부터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컵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관련, 그는 "이제까지 우리는 여러 사정 때문에 국제무대에 못나갔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축구는 가까운 미래에 세계무대에 등장할 것이예요. 그때까지 힘써 나갈래요"라고 밝혀, 북한축구팀이 국제대회에 자주 참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리씨는 지난 71년 조선중앙TV에서 축구경기 해설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출생, 12살때 축구와 인연을 맺은 그는 도쿄(동경) 조선중고급학교(도쿄조고) 등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했으며 도쿄 조선체육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다가 지난 60년 10월 북한에 정착했다.

그는 지난 55년 1월 일본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도쿄조고팀이 일본고교팀을 연파하며 4강까지 올랐으나 일본 축구계가 도쿄조고팀에게 `공식전 출전자격 정지'라는 조치를 한 것에 자극받아 북한에 정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리씨는 당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원래 나는 자연과학을 전공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일본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분격을 억누르지 못해 일생을 조선의 체육발전에 이바지하려고 귀국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축구해설 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계 추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데 기초해 훈련방법과 방향을 착상하고 선수들의 식사에 이르기까지 조선국가 대표팀을 뒤에서 안받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북한축구팀에 `통계학적 분석자료에 의한 원형도표법'이라는 훈련법을 도입, 지난 66년 런던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우리나라 축구에서 주체적인 전술체계에 대하여」,「우리나라 선수들의 체질적 특성에 맞는 훈련부담 기준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그는 발표했다.

리씨는 현재 `축구지도원'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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