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도전에 직면하다 <상> 외환(外患) … 주전선수의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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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LCD·휴대전화 같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D램과 LCD 가격은 바닥이고, 소니·도시바 등 글로벌 업체들은 힘을 합쳐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전시관 ‘딜라이트 홀’에서 방문객들이 제품 구매 상담을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삼성이 기로에 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정기 출근을 재개한 4월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며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 라고 말했다. 요즘 삼성을 보면 ‘튀어나온 못’이다. 애플은 9개 나라에서 20여 건의 특허침해소송을 삼성과 벌이고 있다. 우군으로 여겼던 구글은 휴대전화 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해 삼성을 옥죄기 시작했다.

 시장도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반도체와 액정화면(LCD) 패널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잘나가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주인인 구글이라는 공룡과 맞닥뜨렸다. 반도체·LCD·휴대전화·TV가전, 4개의 사업 축 가운데 앞의 3개가 강력한 견제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 바람에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7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체질을 개선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게 사실”이라며 “삼성은 현재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IT업체로 가느냐, 단순 하드웨어 업체로 남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잘 알기에 이건희 회장의 표정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달 들어 부문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배경에 “이러다간 일본 소니 꼴이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스며 있다. 게다가 태양전지와 바이오 같은 신수종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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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효자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약세다.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D램 제품 DDR3 1기가비트(Gb) 제품(128M×8 1066㎒)의 8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0.61달러. 7월 후반기 0.75달러에서 18.7% 떨어져 2009년 이 제품이 출시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전 세계 반도체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정도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대가 계속된다면 삼성 또한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메모리반도체 2위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가 일본 도시바와 손을 잡고 차세대 메모리인 M램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는 중이다. 삼성은 20여 년간 키워온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지만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같은 강력한 선두업체가 즐비해 1∼2년 안에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LCD사업 부문은 더 심각하다.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0∼42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이 지난해 초 340달러 수준에서 최근 231달러까지 떨어지는 과정이어서 3분기에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일본 히타치와 소니·도시바가 중소형 LCD 패널사업을 통합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샤프와 대만 혼하이는 LCD 패널 합작을 시도하고 있다. 샤프는 60인치급 TV에 들어가는 대형패널을 혼하이에 공급하고, 혼하이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들어가는 중소형 패널을 샤프에 공급하는 형태다. 여기저기서 삼성을 견제하려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이 한창인 셈이다. 삼성은 부품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반도체와 LCD 부품을 모두 관장하는 DS총괄직을 지난달 만들고 권오현 사장에게 맡겼다.

 휴대전화 사업은 가장 많이 ‘튀어나온 못’이다.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S2가 전 세계에서 최단기간 500만 대 판매를 넘어서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선 게 화근이 됐다. 애플이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20여 건의 침해소송이 진행 중이다.

 연세대 김태현(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삼성 전체에서 힘이 쭉 빠지는 양상”이라며 “삼성 안에서 창의성이란 말이 많이 나돌았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심재우·한은화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M(Magnetic)램=D램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 메모리다. 자석(Magnet)의 원리를 이용했다. 하드디스크와 비슷하지만 M램은 대신 ‘터널링 자기 저항’이라는 현상을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전력 소모가 아주 적은 데다 속도는 D램보다 훨씬 빠르다. 3∼5년 후 상용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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