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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공정사회 → 공생발전 업그레이드 … 재계 “대기업들 주머니 풀라는 압박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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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넷째)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상교·김상길 애국지사, 박유철 광복회장, 이 대통령, 김윤옥 여사, 박희태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안성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올 8·15 경축사의 화두는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다. 청와대가 ‘공생(共生)’이라고 제시한 ‘에코시스테믹’이란 단어는 ‘생태계(生態系)형’이란 뜻이다. 직역하면 ‘생태계형 발전’이 되고, ‘공생’이란 뜻을 찾을 순 없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생태계’는 각 경제 주체가 함께 살아나가고 있으니 의역(意譯)하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에코시스테믹이란 단어를 ‘공생’으로 의역한 건 참모진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라고 한다.

박형준

 공생발전은 그간의 경축사 화두였던 녹색성장(2008년), 친서민 중도실용(2009년), 공정사회(2010년)를 종합한 개념으로, 개념의 ‘업그레이드’는 이뤄진 셈이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생’이란 환경보전과 성장,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국가 발전과 개인 발전이란 걸 함께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서로 지향점이 정반대인 가치들을 결합해 내겠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중적인 ‘2개의 신호’가 나와 혼선을 초래한 경우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복지 예산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고 한 게 그 예다. 그래서 “공생발전과 재정건전성 주장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민주당 이용섭 대변인)는 비판도 나왔다.

 매번 경축사 컨셉트에 영향을 미쳐온 박형준 사회특보가 이번 경축사도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친서민 중도실용 아이디어도 냈다. 다음은 ‘5대 키워드’로 본 경축사 내용.

 ▶공생발전=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새로운 발전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발전의 양 못지않게 발전의 질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고 생존 기반도 다지는 발전, 격차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줄이는 발전,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이 돼야 한다. 서로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어진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생발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이 아닌 ‘공존의 숲’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은 경제만 잘하면 ‘낙수(落水)효과’(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 대기업이 성장하면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나라 전반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뜻)에 따라 모두 과실을 나눌 수 있다고 여겼지만 결과적으론 한쪽에만 열매가 열렸다”며 “미국·유럽 등 자본주의의 본산이 흔들린 것도 공생발전 쪽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한 이유”라고 했다.

 ▶동반성장과 기업생태계=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동반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생태계’란 표현도 썼다. “기업생태계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민경제도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훨씬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 ▶일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책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책임 등을 맡겼다.

 ▶인간애 ·창의 ·책임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것은 무한경쟁을 허용하는 기존 시장경제 모델의 수정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회, 창조적 혁신이 흘러넘치는 사회,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파멸적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지속적 성장,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 성장이 세계가 가야 할 길”이라고도 했다.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균형재정=이 대통령은 ‘따뜻한 사회’와 ‘격차를 줄이는 성장’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임기 중 균형재정 달성’이란 쉽지 않은 목표까지 제시했다. ‘가능하다면’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는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재정위기는 다른 위기와 달리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위기”라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우리는 밟아선 안 된다. 국가 재정이 고갈되면 복지도 지속할 수 없다”면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염두에 둔 듯 “잘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 모델뿐 아니라 “정치도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국(一國) 중심 정치’에서 ‘글로벌 민주주의’로, ‘이념의 정치’에서 ‘생활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영토=이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많이 체결해 세계에서 경제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가 됐다”고 자부했다. “한·칠레, 한·인도에 이은 한·유럽연합(EU) FTA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의 조속한 체결을 당부하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시간을 놓치면 경쟁국에 길을 내줄 수도 있다”면서다.

고정애 기자

▶이 대통령 8·15 경축사 5대 키워드

1.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

“ 발전의 양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 격차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줄이는 발전, 서로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게 공생발전이다.”

2. 동반성장과 기업생태계

“ 공생발전을 위한 전략이 동반성장이다. 기업생태계를 튼튼히 구축해야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 대기업은 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3. 인간애(Humanity)·창의(Creativity)·책임(Responsibility)

“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의 모델이 요구된다. 정치도 ‘일국 중심 정치’에서 ‘글로벌 민주주의’로, ‘이념의 정치’에서 ‘생활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그 중심 가치가 인간애·창의·책임이다.”

4. 균형재정

“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재정위기는 가장 위험한 위기다. 임기 내인 2013년까지 가능하면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5. 경제영토

“ 우리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많이 체결, 세계에서 경제 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가 됐다. 미국과 FTA가 비준되면 대한민국은 FTA의 허브 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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