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주가 떨어지면 더 사라” … 볼턴 “시장 출렁일 때가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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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가 또다시 엄습한 지금.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흐름을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로 글로벌 증시가 내려앉은 틈을 노려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원조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리는 주식 값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 사들인다.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새로운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매입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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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핏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위기 당시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 때도 전면에 나섰다. 그는 그해 10월 뉴욕 타임스(NYT)에 실린 기고문에서 “다른 사람이 탐욕스러울 때는 두려워해야 하며, 두려워할 때는 욕심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버핏은 이 철학을 실천으로 옮겼다. 당시 골드먼삭스 우선주에 투자해 8억60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벌었다.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앤서니 볼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도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시각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이번과 같은 시장의 극심한 출렁임이 방어적이 될 때라기보다 기회의 시점이란 걸 알려준다”고 말했다. “모두가 비관적 전망을 할 때 군중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의 핵심이다. 볼턴은 2007년까지 28년간 영국에서 ‘피델리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를 운용하면서 1만4720%의 누적 수익률(연평균 19.5%)을 올렸다. ‘투자의 전설’이란 별명도 이 때문에 붙었다. 잠시 은퇴했던 그는 2009년 현역으로 복귀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그룹 회장도 최근 주식 투자에 합류했다. 그는 좀체 주식에는 돈을 넣지 않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의 부동산업체를 이끄는 자산가면서도 주식엔 별 흥미를 보이지 않던 모습과 달랐다. 그는 “지난 10일 주가가 많이 떨어진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사들인 주식은 씨티그룹, 인텔 등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다른 투자자를 위해 훈수도 곁들였다. “적어도 금리가 오를 때까지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나름의 전략도 밝힌 것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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