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패션’ 닮은 이 의자를 유럽이 눈여겨보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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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선보인 엔시아의자. 엔시아는 그리스 신화 꽃의 여신의 이름이다. 1947년 선보인 크리스천 디올의 뉴 룩(New Look·오른쪽 작은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재키 최 제공]

재키 최(左), 로이드 최(右)

의자는 ‘디자인의 꽃’으로 꼽힌다. 가장 일상적인 물건이면서 시대의 미학과 기술을 총체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다. ‘의자의 역사가 디자인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서구에서는 의자에 대한 관심과 역사가 남다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자매 디자이너 재키 최(36·최윤경)와 로이드 최(31·은경)가 의자 디자인으로 유럽 시장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가구회사 토논(Tonon)이 그들이 디자인한 엔시아(Antheia) 체어를 올 4월 출시했다. 토논은 2009년 재키 최가 디자인한 크리스털 체어를 내놓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재키 최가 학창 시절 디자인한 아이(Eye) 체어 역시 2005년 영국 가구회사 보스 디자인(Boss Design)에서 선보인 바 있다.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진입한 한국 디자이너의 개가다. 디자인전 입상을 넘어 상품화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자인 컨설팅 브랜드 ‘재키 최’를 대표해 본지와 전화 통화한 동생 로이드 최(마케팅·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의자를 즐겁게 구상하고, 이것이 국제적 가구회사에서 상품화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밝혔다.

 -엔시아 체어, 무엇을 염두에 뒀나.

 “가늘지만 강인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의자다. 재키 최의 아이콘 의자로 손꼽히는 아이 체어가 편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이번엔 기능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잘록한 허리, 풍성한 치맛폭, 우아한 자태…. 크리스천 디올의 패션 ‘뉴 룩(New Look)’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 체어는 언니(재키 최)의 학부 졸업작품이었다고 들었다.

 “맞다. 언니가 연수하러 런던에 왔다가 런던 메트로폴리탄대에서 가구 디자인을 공부했다. 아이 체어는 졸업작품이었는데, 영국에서 생산화되고, BBC 1 토크쇼 세트에 등장하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로이드 최는 영국 미들엑세스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2005년 런던으로 돌아가 ‘재키 최’ 디자인 사업에 합류했다.

 -토논과의 인연은.

 “아이 체어를 본 토논 측 에서 먼저 디자인 의뢰를 해왔다. 크리스털 체어가 주문을 먼저 받아 디자인한 것이라면, 엔시아는 디자인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판매한 작품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진출을 위한 컨설팅과 마케팅 업무를 새로 시작할 계획이다. 재키 최라는 브랜드가 국제적인 고객을 얻고, 해외 언론에서 주목 받은 것은 거저 이뤄진 게 아니다. 지난 6년간 런던·뉴욕·쾰른·밀라노 등 세계 여러 도시의 디자인 전시에 참여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펼쳐보고 싶다.”

이은주 기자

◆뉴 룩(New Look)= 1947년 크리스천 디올이 자신의 첫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흐르는 듯한 어깨에 가냘픈 허리, 풍성한 치맛폭 등으로 여성미를 강조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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