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국익보다 공정경쟁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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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나라 같으면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독과점법 위반으로 제재할까.

MS는 21세기의 지식경제를 주도하며 미국의 '신(新)경제' 를 상징하는 명실상부한 세계기업이다.

더구나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경제의 활기를 유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나스닥 시장의 13%(시가총액 기준)를 차지하는 MS에 대한 불리한 판정이 곧 MS 주가 폭락-나스닥 주가 동반폭락-경기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이런 판정을 내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가경쟁력, 산업육성, 국내기업 보호, 규모의 경제, 지식기반 경제 등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만큼 미국이란 나라가 당장의 국익보다 공정경쟁을 더 큰 가치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무절제한 확장보다 경쟁 속의 정상적 산업발전을, 또 기업 이익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가능하다.

이번 판결이 문제삼은 것은, MS가 인터넷 검색 소프트웨어를 윈도 프로그램에 무료로 끼워팔고, '반경쟁적인 방법' 으로 윈도 프로그램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을 방해해 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다른 업체의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고 또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으로도 '약탈적 가격행위' '차별적 취급' '경쟁사업자 배제' '(끼워팔기)거래강제' '우월적 지위남용' 등 여러가지로 걸려들 사항이다.

MS의 골치는 이번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MS를 상대로 미국 19개 주에 걸쳐 1백여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돼 있고, 유럽연합(EU).일본.브라질.이스라엘 등의 공정거래 당국들이 MS를 제소했거나 제소를 준비 중이다.

이번 판결의 뿌리는 19세기말 록펠러 재벌의 스탠더드 오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탠더드 오일은 철도회사들과 결합해 석유수송망을 장악, 석유시장의 90%를 점유하던 회사였다.

이때 미국은 이번 MS 판결의 근거가 된 '셔먼 반(反)독점법' 을 제정, 스탠더드 오일을 30개사로 분할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독점적인 시장점유뿐 아니라 철도회사들과의 결합(Trust) 자체, 그리고 사업결합에 참여한 회사와 참여하지 않은 회사에 대한 차별적 요금적용 등이었다.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됐던 점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MS의 분할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독금법을 어긴 대형업체의 분할은 그 이후 AT&T의 장거리통신 등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독금법의 적용은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구조조정과 특히 최근 범세계화 추세 속에서 다소 느슨해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기업활동의 범세계화, 특히 인수.합병을 통한 세계기업의 등장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제도적 한계가 있음을 일깨워 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인수가 허용되는 경우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게 된다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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