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설자리 없는 축산농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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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구제역 파문과 수출 중단에 이은 돼지값 폭락으로 양축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계란값의 끝없는 추락, 내년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을 앞둔 소값 폭락등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축산농가들의 자립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4일 현재 나주공판장에서 거래된 돼지 생체가격은 100kg기준 1마리당 14만 8천원으로 구제역 발병이전의 18만6천원보다 무려 20.4%나 폭락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하루평균 2천500마리에 이르던 전남도내 도축량이 수출중단 이후 28%가 감소한 1천800마리에 그치면서 1kg당 2천700원에서 2천273원으로 무려 15.
8%가 떨어졌다.

이는 일본이 최근 한국산 육류에 대한 통관 보류조치를 취함에 따라 지난해 9천700t(3천240만달러)을 수출, 농가소득에 큰 몫을 담당했던 돼지고기 수출이 막히게되자 양돈농가들이 생산비보다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홍수출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지난 97년 구제역이 발생한 대만에서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도내 돼지고기를 대량 수입해 갔는데 일본의 이번 수입금지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도내 4천5백여 양돈농가의 파산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 정부의 노계(늙은 닭) 도태정책과 소비촉진운동에도 불구하고 산란용 닭의사육증가에다 가정.가공용 닭의 수요감소등 소비부진으로 1년이상 계속되고 있는 계란값 하락은 양계 농가들의 축산의욕을 상실하게 만든지 오래다.

여기다 소에 찾아온 구제역과 함께 내년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을 앞두고 생산농가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최근 산지소값이 지난 97년 소값 파동때 가격인 평균 243만원(수소 500kg 기준) 수준으로 낮아져 한우 농가들의 집단 파산까지 예상되고있다.

도 관계자는 "아직 돼지에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아 다행이다"며 "만약 발병피해가 발생할 경우 학자금 지원, 융자 상환연기등을 축산농가 보호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각 축산물의 수급량 조절을 위한 농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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