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월드] "내쫓을 것인가 껴안을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1960년대 유럽국가에서 상업 라디오방송은 위법이었다. 그러나 ''라디오 해적선'' 이라고 불린 방송 선박들이 근해(近海)에 정박해 24시간 내내 유행가를 틀어댔다.

그 인기가 대단해 결국 각국 정부는 상업 라디오 방송을 허용하게 됐고 영국에서만 몇천개나 되는 로컬 라디오 방송국이 들어섰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탄생하면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일련의 ''신자유'' 가 찾아온다.

얼마전 나는 사람이 중간에 끼지 않고 인터넷 거래를 할 수 있는 컴퓨터만의 ''인간부재기업'' 창설을 생각한 적이 있다.

당시 생각했던 절세(節稅)대책은 어느 나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위성에 서버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60년대 라디오 해적선과 비슷하게 국제수역의 오일 탱커에 위성수신 안테나를 장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웹사이트를 열람할 때 쳐넣는 http://www로 시작되는 URL(Uniform Resource Locator)이란 것이 있다. 인터넷상의 주소를 뜻한다.

그런데 많은 위법 사이트들이 이것을 교묘하게 바꿔나가면서 경찰.업계 관계자들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특히 포르노 사이트와 불법 음악 사이트들은 거의 대부분 이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의 불법 음악 데이터 규모는 50만곡에 이를 정도다.

과거 2차세계대전 중에도 적군이 군사신호를 탐지하거나 해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파수를 계속 바꾸거나 주파수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이 이용됐다.

그러나 당시는 송신자와 수신자가 사전에 어떤 주파수 혹은 암호를 사용할 것인지를 서로 알고 있어야 했다

현 상황은 다르다. 내부 관계자가 아닌 한 그들을 추적하기는 불가능하다.

음반사나 가수.배우들이 저작권료를 받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각국 정부도 이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 생각으로는 결국 업계 및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들 사이트에 상거래를 많이 하도록 하되 세금을 현재의 1백분의1 수준으로 낮추는 것 등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불법 사이트를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은 폐쇄된 시스템이 아니다. 설사 음악.비디오 파일 정보에 암호를 넣는 등 무슨 수를 부린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거기서 빠져나가도록 해주는 기술이 바로 개발될 것이다.

[일본 주간 다이아몬드지]
피터 코크란, 브리티시 텔레콤 수석 테크놀리지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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